수녀-경찰관-건축가 합심 "무의탁 노인 모실래요"

  • 입력 2001년 7월 8일 18시 47분


무의탁 노인들의 보금자리 '요셉의 집'
무의탁 노인들의 보금자리 '요셉의 집'
한 수녀의 헌신에다 건축가와 경찰관의 땀방울이 더해져 건립된 무의탁노인들의 보금자리가 7일 서울 도봉구 방학2동 도봉산 자락에서 문을 열었다. 이 집은 김 테레사(김옥순·68) 수녀가 치매 중풍 등에 걸린 버림받은 노인들을 돌보기 위해 방학동 주택가의 월세 60만원, 방 3개짜리 2층집을 얻어 94년 문을 열었던 ‘요셉의 집’(본보 5월19일자 A31면)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월셋집이던 요셉의 집은 건물이 낡아 여름엔 비가 새고 겨울엔 난방이 제대로 안되는데다, 무엇보다 김 수녀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것은 “나쁜 병이 옮는다”며 창문조차 못 열게 하던 이웃 주민들의 냉대였다.

요셉의 집은 공사 시작 9개월여 만에 대지 80여평, 방 12개와 화장실 5개, 완벽한 난방시설을 갖춘 2층 통나무집으로 거듭났다.

이날 짐을 옮기느라 동분서주하던 김 수녀는 “이제는 아무런 눈치를 보지 않고 더 많은 노인을 돌볼 수 있게 됐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건축자재 구입에 필요한 실비 외에는 돈 한푼 받지 않고 지난해 11월부터 공사에 땀 흘려온 건축가 이은(李O·41)씨도 “버림받은 노인들이 편하게 생활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김 수녀의 사연을 전해듣고 4월부터 경찰서 직원 20여명과 함께 공사를 지원해온 서울 도봉경찰서 이범칠(李範七·47) 경위는 “노환으로 몸도 가누지 못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봉사를 결심했다”면서 “새 집을 보고 어린이들처럼 좋아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