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행정기관 청계산 '야금야금'…개발 앞장 훼손 가속화

  • 입력 2001년 7월 10일 18시 37분


《서울 강남권과 경기 성남, 과천 주민의 ‘허파’ 역할을 해온 청계산, 우면산, 대모산 일대의 녹지축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논란을 빚어온 제2시립화장장 부지로 청계산내 속칭 개나리골 4만9000평을 9일 최종 확정한 데다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등이 시설 이전을 위한 토지보상에 나서고 있어 이 일대의 녹지 훼손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 일대에 공공시설물 입주 러시가 이뤄지는 것은 대부분 서울시내에 있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어서 부지 확보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을 쉽게 무마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 따라서 녹지공간 확보라는 그린벨트 정책의 근간을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흔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어떤 시설들이 있나〓서초구의 청계산 대모산 우면산을 중심으로 지정된 개발제한구역에 이미 둥지를 튼 대표적인 국가 기관은 국가정보원. 서초구 내곡동 13의 1 일대 6만1529㎡를 차지하고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내곡동 48 일대 120만9000여㎡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의 2개 동원예비군 훈련장이 가장 크다. 또한 경찰특공대(방배동 산 184, 5549㎡)와 화생방부대(내곡동 16만9694㎡)를 비롯해 시립아동병원(내곡동 6의 7, 1만4320㎡), 폐기물 처리시설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서 있다.

서초구지역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면적 2457만㎡ 중 각종 시설 입주로 개발이 완료된 곳은 전체의 25%에 해당하는 616만㎡(186만3400평). 이 가운데 도로나 마을 등을 제외한 대규모 공공시설물이 들어선 면적은 64만8000여평으로 개발 완료된 곳의 35%에 달한다.

▽앞으로 들어설 건물들〓현재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국군기무사령부는 올 1월 국정원에서 불과 1㎞ 떨어진 서초구 내곡동 265 일대에 20여만평의 부지를 확보, 청사를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무사의 이전 방침에 따라 정보사도 청사를 조만간 이 부근으로 옮겨갈 태세여서 국내 정보기관 ‘빅3’가 한 곳에 몰리는 ‘기현상’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서울시가 추진중인 제2시립화장장을 비롯해 민주화열사묘역 청소년수련원 등도 입주할 예정. 현재 서초구지역내 청계산 등 산자락에 밀집해 있는 개발제한구역(총 2457만㎡)중 개발이 끝났거나 개발이 예정된 부지를 제외한 가용면적은 65%에 불과한 1만6000㎡.

환경정의시민연대 서왕진 사무처장은 “아무리 공공시설물이라도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그린벨트 안에 들어서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남아있는 그린벨트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하겠다는 약속마저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서초구의 한 관계자는 “신설 및 이전계획이 발표된 시설물의 면적만 35만1000평에 이를 정도”라며 “이제 청계산 부근은 화장장 기무사 묘역 등이 들어서는 ‘기피시설’지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초구는 원지동 일대가 화장장 부지로 최종 선정된 9일 국방 군사목적 이외에 그린벨트 개발을 제한하는 내용의 자체 조례안을 공포했다.

<정연욱·차지완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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