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항명' 경찰 파면 파문

  • 입력 2001년 7월 10일 19시 06분


경찰이 인터넷에 검찰을 비난하고 경찰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경찰관을 파면하자 일부 경찰관들이 반발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10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부산 금정경찰서 방범과 차재복(車載馥·37) 경사에 대해 명령 불복종과 품위손상, 지휘권 도전 등 5가지의 책임을 물어 파면 조치했다고 밝혔다.

차 경사는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와 경남도 공무원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 검찰의 경찰에 대한 직무감찰을 비판하고 동료 경찰관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 등에 항의하는 글을 올려왔다. 차 경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국민은 모든 권력이 검찰에 집중돼 있고 우리 경찰조직은 빈 껍데기 경찰제복만 입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경찰에 남은 것은 ‘정년퇴직까지 버티려면 무사안일과 복지부동해야 한다’는 진리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차 경사는 경찰관들의 직장협의회 구성문제에 대해 “질 좋은 경찰노동력을 원하는 국민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하위직 경찰관의 소리를 하나로 묶어 직언할 수 있는 통합된 창구”라며 “청장님과 몇몇 분의 힘만으로는 경찰조직이 바뀌어 질 수 없으며 청장님의 눈과 귀를 막아버리는 불상사가 지속된다면 세금만 축내는 부하가 한 명 더 늘어날 뿐”이라고 말했다.

차 경사의 이 같은 글들은 조회수가 수백에서 수천회에 이르는 등 큰 관심을 끌어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차 경사는 엄연히 법적으로 금지된 경찰관 직장협의회 구성을 선동하고 사표를 인터넷에 올리는 등 경찰조직의 기강을 흔드는 행동을 했다”며 “내부감찰에도 충실히 응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파면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 경사는 “경찰관에게도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자신의 의사를 인터넷을 통해 밝힌 것이 죄라면 우리나라에 언론의 자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차 경사는 복직이 될 때까지 법정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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