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청량면 ‘모기떼마을’ 르포]“외출땐 모기약 들고…”

  • 입력 2001년 7월 10일 21시 12분


“모기 살충제를 들고 외출 할 정도로 모기가 많습니다. 모기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사람에게 마구 달려듭니다.”

9일 오후 울산석유화학공단과 직선거리로 300여m 떨어진 울산 울주군 청량면 용암리 오대(45가구), 오천마을(40가구). 이 마을 주민들은 무더위와 공단 악취, 그리고 요즘 더욱 기승을 부리기는 모기떼 때문에 한결같이 기진맥진해 있었다.

▼공단 폐수 여파 모기떼 극성▼

◇실태=오천마을 서진택씨(徐鎭澤·61)는 “울산석유화학공단이 들어서기전인 70년대 중반까지는 마을앞 청량천에서 물고기를 잡기도 했지만 공단이 들어선 이후에는 공장 폐수 때문에 모기 서식지로 변했다”며 “요즘은 모기떼 때문에 밤에 외출을 삼갈 정도”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울주군보건소는 이 마을 주민들의 모기피해를 줄이기 위해 매년 6월 중순경 모기 살충제와 모기향 등을 지급하는데 올해도 310만원어치 모기약을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고신대 생명과학과 이동규(李東圭) 교수팀이 지난달 14일과 25일 두차례에 걸쳐 이 마을에서 모기 서식실태(축사에 오후 8시부터 다음달 오전 7시까지 12시간동안 유문등(誘蚊燈)을 켜놓고 모기를 채집하는 방법)를 조사한 결과 오대마을에서 평균 3419마리, 오천마을에서 1만2569마리로 나타나 지난해 같은기간의 전국 평균치(1171마리)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전국 평균치보다 3배 많아▼

◇대책=울주군과 보건당국은 지난 98년 10월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미꾸라지 6만여마리를 청량천에 방사하는 등 갖가지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울주군 보건소 황병훈(黃秉焄)소장은 “미지근한 공장폐수가 청량천으로 유입되고 모기 천적도 공해 때문에 사라져 모기가 창궐하는 것 같다”며 “모기가 워낙 급속하게 번식하기 때문에 매일 소독을 하고 있지만 모기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집단이주 시켜야”▼

오대마을 김은곤(金銀坤·44)이장은 “장기적으로 주민들을 집단 이주시켜야 한다”고 말했으나 울산시는 “집단이주 사업비(984억원) 가운데 국비 요구액(492억원)에 대한 지원이 결정되지 않아 당분간 이주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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