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사이트 봤다고 해고 부당"…대기업간부 징계취소 결정

  • 입력 2001년 7월 11일 18시 33분


업무시간에 인터넷 음란사이트를 봤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대기업 간부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1500만원의 퇴직위로금 지급 결정을 받아냈다.

증권회사 부장으로 근무하던 A씨(45)는 3개월여 동안 거의 매일 길게는 2시간까지 음란사이트에 접속해온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12월 해고당했다. 회사는 ‘A부장이 근무시간에 음란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엄중 처벌해 달라’는 투서를 받은 뒤 조사를 했던 것.

이에 반발한 A씨는 “남자가 약간의 호기심을 보일 수도 있는 사안을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니 이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회사측은 “평소 인사고과 평가도 나빴던 A씨가 음란사이트에 상습적으로 접속해 사내 풍기와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맞섰다.

서울지법 민사합의41부(김선종·金善鍾부장판사)는 10일 “회사는 A씨에 대한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퇴직위로금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은 2주일 안에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재판부는 “감봉이나 수개월의 정직처분 등 다른 징계로도 충분할 사안에 대해 즉각 해고까지 시킨 것은 부당하다”며 “음란사이트를 봤다는 사실 자체로는 해고사유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보이므로 이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복직여부에 대해서는 “A씨가 더 이상 같은 회사를 다니기 어려워 보이는 만큼 재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해고처분 대신 스스로 사직서를 내는 형식으로 회사를 떠나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