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경찰 개혁’을 둘러싼 논란으로 비화하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의 정치적 처신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인터넷 항명’ 전말〓인터넷을 통해 경찰의 독립과 개혁을 거침없이 주장해온 차 경사는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충주경찰서장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경찰관을 인사조치한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 문제돼 경찰청의 지시로 감찰조사를 받게 됐다.
부산경찰청은 조사 결과 글의 일부가 사실과 다른 점이 드러났다며 10일 명령 불복종과 지휘권 도전 등 5가지 책임을 물어 차 경사를 파면했다. 전국의 비간부급 경찰관들은 파면조치에 크게 반발하며 경찰관련 홈페이지에 경찰 수뇌부와 개혁을 비난하는 글을 1000여건이나 올렸다.
경찰청은 사태가 심상치 않자 “징계사항은 공개적으로 논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힌 뒤 차 경사 관련 토론방과 일부 게시물을 삭제했다. 부산경찰청은 홈페이지에서 차 경사와 관련된 100여건의 글을 모두 삭제했다.
또 차 경사가 가입했던 경찰동호회 홈페이지 ‘폴네티앙’도 12일 폐쇄됐다.
▽‘경찰개혁론’ 논란〓차 경사는 올해 2월부터 경남도 공무원직장협의회와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 “경찰은 검찰의 시녀에 불과하다”“경찰도 직장협의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형식적인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는 내용의 글을 100여차례 올렸다.
상당수 비간부급 경찰관들은 차 경사의 글에 동조하며 계급장 모양이나 직위체계를 바꾸는 등의 외형적인 개혁이 아닌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해왔다.
파출소에 근무하는 K경장은 “경찰관의 사기는 계급장 모양이 바뀐다고 올라가지 않는다”며 “경찰 수뇌부가 정치와 검찰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 힘을 유지할 때 일선 경찰관의 사기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수뇌부는 이 같은 지적에 직접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명령체계가 엄격한 경찰 조직에서 개혁방향에 대해 ‘딴죽’을 걸고 비난한다면 결국 조직의 결속을 저해하는 단순한 항명일 뿐이라며 일선 경찰관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삭제하고 있다.
▽불신받는 경찰청장〓취임 이후 계속돼온 이무영 경찰청장의 경찰홍보가 내년 전북지사 출마를 위한 개인홍보라는 의혹을 내부에서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 청장은 지난달 전북대 경영대학원의 요청으로 최고경영자과정과 전문경영자과정 수강생 수십명을 부부동반으로 불러 경찰개혁에 관한 강의를 마친 뒤 지역 신문사 고위간부들과 식사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1년에 한번 정도 나오던 경찰청 차원의 홍보책자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와 경찰홍보물이 이 청장 개인의 홍보물로 변질됐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며칠 전에 나온 경찰역사 사진자료집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장면과 남북정상회담 사진에서 시작해 외국잡지에 소개된 이 청장의 사진으로 끝난다”며 “홍보 책자를 만드는 데 들어간 수천만원의 예산과 정성을 일선 경찰관들에게 쏟았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일부 경찰관들은 이와 관련해 인터넷을 통해 수뇌부에 ‘배신감’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며 “위로부터의 개혁은 이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아래로부터의 개혁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호원기자·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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