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뉴스]천카이거 감독, '몽유도원도' 연출협의 위해 방한

  • 입력 2001년 7월 13일 18시 41분


“‘몽유도원도’는 국제시장을 겨냥한 작품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백제역사 위주보다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개로왕, 아랑, 도미 등 세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한국영화 ‘몽유도원도’의 연출을 맡은 중국의 영화감독 천카이거(陳凱歌·49)가 영화제작 전반에 대한 협의차 13일 내한했다. 천 감독은 ‘패왕별희’로 9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세계적인 감독. 그는 개인적 친분관계가 있던 영화제작사 빅뱅 크리에이티브 이주익 사장과의 인연으로 이 회사의 창립작품인 ‘몽유도원도’의 연출을 맡게 됐다.

‘몽유도원도’는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한 최인호의 동명소설이 원작. 중국어로 번역된 최인호의 원작소설 ‘몽유도원도’를 이미 읽은 그는 “원작 중 동방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여자의 정조관념 등에 대한 부분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된 사고방식을 반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로왕과 도미, 아랑 등 세 사람을 실패자로 그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작업이 마무리되는 내년쯤 촬영에 들어간다.

천 감독은 ‘태양은 없다’에서 이정재의 연기를 눈여겨보고 ‘개로왕’역에 그를 캐스팅했다. 그는 “이정재의 웃음 속에서 악한 모습도 엿보였다”고 평했다. 주연 여배우는 미정.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이면서도 그는 영화의 작품성 못지 않게 ‘오락성’을 중요시한다. 그는 “가뜩이나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 영화까지 스트레스를 줘서 되겠느냐”며 “대중이 원하는 것,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할리우드 진출작인 스릴러 ‘킬링 미 소프틀리’의 촬영을 마친 그는 “얼마든지 영어로 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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