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는 “당시 정씨의 만화가게 앞에 서 있다가 사람 3명이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것을 잠깐 본 적은 있지만 거리도 100m 이상 떨어져 있었고 날도 어둑어둑해 누구인지 알아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당시 어린 나이에 경찰 조사를 받게 돼 겁이 났으며 그냥 경찰이 주는 사탕을 받고 물어보는 대로 예, 예 대답만 했다”며 “그 후 장양이 만화가게에 들어가는 것을 내가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경찰이 짜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긴장한 얼굴로 증인석에 앉은 한씨는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 듯 간간이 말문이 막히기도 했으나 “당시 장양을 봤다고 진술한 기억이 없다”는 부분은 분명히 말했다.
한씨는 “지금의 기억보다 생생한 기억이 있을 당시의 경찰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지 않느냐”는 검찰의 추궁에 “처음 간 경찰서라 당시 진술 내용만큼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씨의 증언에 앞서 당시 정씨의 이웃 주민이었던 이모씨(63·여)는 지난달 25일 열린 2차 사전조사에서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정씨에게 불리한 허위증언을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심리를 끝으로 사전조사를 마무리한 뒤 추가기록 검토 등을 통해 조만간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정씨는 살인 혐의에 대해 다시 재판을 받게 된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