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상습지 문산 이번엔 '이상무'

  • 입력 2001년 7월 15일 14시 55분


시가지 전체가 두 차례나 침수되는 홍수 피해를 입어 연천과 함께 수해의 대명사로 불렸던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이 이번 집중호우에는 단 한건의 피해도 입지 않아 화제다.

지난 96년과 99년 두 차례 수해 이후 설치된 수방시설들이 이번 호우 피해 예방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져 '준비하면 수해를 피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입증한 셈이다.

문산읍은 14일 오후 9시께부터 시간 당 30㎜가 넘는 집중호우가 3시간 가량 쏟아졌다. 14∼15일 이틀간 강우량 130㎜의 77%가 집중적으로 내린 것이다.

이 시간 시청과 읍사무소에는 불안에 떠는 문산1리 호수상가 아파트, 문산5리 외기노조아파트, 문산4리 경의선 철로변 지역 주민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일부 주민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 짐을 꾸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 지역은 워낙 저지대인 데다 하수시설마저 열악해 불과 3∼4년전 50㎜의 비만 내려도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던 상습 수해 지역이다.

결코 적지 않은 강우량이었지만 문산읍은 문산초등학교 앞 상점 '동서집'의 하수구가 막히면서 역류현상이 일어나 시(市)가 수중모터 1대를 긴급 지원, 물을 퍼낸 것이 유일한 피해(?) 사례로 기록됐다.

두 번이나 뜨거운 맛을 봤던 공무원들은 수해 예방에 남달랐다.

문산읍은 오후 6시께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자 전 직원(30명)의 절반 근무 규정을 제쳐 놓고 3분의2를 불러 내 임진강 및 동문천, 문산4리 등 하천 범람 우려지역과 저지대로 내보냈다.

오후 10시에 호우경보가 발령됐지만 1시간 전인 오후 9시께 전 직원을 비상소집했고 오후 11시가 넘어서 외기노조아파트 지하실 침수가 우려되자 소방차 2대와 시청 및 소방공무원 10여명을 긴급 파견, 침수에 대비하는 기동성도 보여 줬다.

수해 때마다 제때 가동 여부를 놓고 시비거리가 되면서 두 차례나 증설된 문산내배수펌프장은 바닥에 물이 고일새도 없이 동문천으로 퍼냈고 읍사무소 옆 소형 유수지에도 비는 계속 내렸지만 고인 물은 없었다.

문산읍 최영호(43) 총무계장은 '임진강 수위가 낮고 강우량도 많지는 않았지만 수방사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 정도 강우량으로 저지대 물난리는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