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사망자 40명중 19명…가로등 감전사

  • 입력 2001년 7월 16일 00시 35분


‘폭우가 내릴 때 빗물이 고인 가로등 근처는 위험지대!’

14일 밤부터 15일 오전까지 수도권에 쏟아진 기습 폭우로 인한 사망자 40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19명이 도로 한복판에서 목숨을 잃었다.

원인은 감전(感電), 특히 가로등의 누전으로 인한 감전으로 추정돼 허술한 전기시설 안전관리가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비로 인한 사망〓익사 또는 매몰사’ 라는 상식(?)을 이번 폭우는 깨뜨린 셈.

15일 오전 6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앞 도로에서 윤승재(27) 이진명(25) 홍순후씨(21) 등 3명이 숨졌다. 목격자 최모씨(20)는 “홍씨가 가슴까지 물이 찬 인도를 헤쳐 나가다 갑자기 ‘전기 전기’라고 외치며 정신을 잃고 물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씨와 이씨도 감전으로 정신을 잃고 쓰려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새벽 서울 관악구 신림 8동 강남아파트 7동 11호 앞길에서도 정백교씨(26) 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4시경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원지 앞 횡단보도에서는 가로등과 점멸등 사이에서 발생한 감전사고로 이성훈씨(19) 등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꼬리를 물었다.

15일 오전 1시반경 인천 계양구 작전1동 작전체육공원 인근 도로를 지나던 박모(27) 김모씨(23·여) 등 2명이 가로등에서 흘러나온 전기에 감전돼 숨졌다. 박씨의 직장동료인 백효현씨(29)는 경찰에서 “두 사람을 구하려 했으나 땅에 강한 전류가 흘러 접근하기 힘들었다 ”고 말했다. 인천에서만 4명이 감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광명시 광명2동 도로에서 숨진 4명도 가로등에 부착돼 있던 개폐스위치가 물에 잠기면서 감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국전력측은 “감전사고는 가로등 아래에 있는 자동 누전차단기가 고장나거나 수동 개폐스위치 및 전력선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다”며 “폭우가 내릴 때는 가로등 주변을 지나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한국전기안전공사측은 현장조사 결과 사고가 난 가로등 가운데 누전차단기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 포함됐다고 밝혔다. 공사측은 특히 4만여개의 가로등 중 26∼27%가 누전차단기 미설치 등 부적합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희제·차지완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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