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96·99년 침수 파주-연천 르포 "수해 비켜갔지만…"

  • 입력 2001년 7월 16일 18시 39분


한순간의 폭우가 깊은 상처를 남기고 지나갔지만 매년 수해의 대명사로 꼽히던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이 이번 수해에서 비켜나 눈길을 끌고 있다.

96년과 99년 시가지 전체가 물에 잠기다시피 하며 최악의 수해 현장으로 기억되던 두 시군의 이번 강수량은 100㎜를 조금 넘는 수준.

96, 99년 완전 침수돼 강수량조차 제대로 측정할 수 없었던 파주시 문산읍도 올해는 이틀동안 130㎜의 강수량에 그쳤다.

해마다 이 정도의 비에도 침수를 면할 수 없었던 문산읍은 문산천과 동문천 일대 둑을 높이고 배수펌프장을 확충하는 등 재해예방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물난리를 면했다.

파주 연천 연도별 수해비교

구 분파 주 시연 천 군
96년99년2001년96년99년2001년
강수량(㎜)443765148687891100
이재민(명)5315612204723257072
농경지침수(㏊)344467720194411980
재산피해액(억원)453789집계중614751집계중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산수해 인재(人災)를 규명하는 주민대책위원회’ 이인곤씨(40·여)는 “비도 적고 시설도 보완돼 피해가 없었지만 30㎜의 비에도 침수됐던 동네가 ‘큰비’를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4일 밤부터 시청과 읍사무소에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침수 1순위로 꼽히는 문산 1리, 5리 등의 주민들은 만일에 대비해 짐을 꾸리기도 했다.

이번에도 침수된 연천군 청산면 백의리 주민들은 당국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강우량이 100㎜ 정도에 불과했고 그동안 수해원인으로 지목되던 연천댐도 완전히 철거됐지만 엉뚱한 곳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

주민들은 마을과 포천 방향을 잇는 다리를 새로 놓으면서 마을 쪽 둑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작은 비에도 포천에서 내려온 영평천물이 마을로 쉽게 밀려들어와 30여 가구가 침수됐다고 주장했다.

주민 이우호(李佑鎬·61)씨는 “우리 마을은 96, 98, 99년에 이어 올해 또 당했다”며 “빗방울만 봐도 짐을 꾸릴 정도로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연천〓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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