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잘못된 수술로 인해 생명을 잃을 위기에 놓인 사례도 더러 있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판결 사례〓재일교포 A씨(38·여)는 98년 2월 잡지광고를 보고 찾은 서울 모 성형외과에서 양쪽 팔과 허벅지, 종아리의 지방을 제거하는 초음파 지방흡입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다음날부터 수술부위에 심한 열과 함께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피부는 감각이 없어지면서 시꺼멓게 썩어들어갔다.
A씨는 의사 B씨에게서 “치료비를 부담하고 합병증에 대해 보상하겠다”는 각서까지 받고 입원했지만 부작용은 사라지지 않았다. A씨는 “피부 흉터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해온 음식점 종업원 일조차 할 수 없게 됐다”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이달 5일 76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B씨가 수술을 하면서 흡입관의 온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화상을 입히고 결과적으로 신경을 손상시킨 과실이 인정된 것.
98년 초 성형외과를 찾은 C씨(40·여)는 원장이 컴퓨터 가상시술을 보여주며 “수술 후 하루만 입원하면 계란형 얼굴이 된다”고 장담하자 광대뼈를 깎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결과 C씨의 양쪽 얼굴은 비대칭으로 변했다. 광대뼈와 안구의 교합이 제대로 맞지 않아 눈조차 제대로 감을 수 없었고 시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C씨는 원장이 “아무 잘못이 없다”며 발뺌하자 소송을 냈고 올 1월 87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부위별’로 다양해지는 소송〓의료전문 최재천(崔載千) 변호사는 “성형수술 피해를 호소하는 환자들의 상담이 최근 급격히 늘었다”며 “환자들의 기대수준이나 요구가 과거에 비해 구체화되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 정신적 손해배상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법 의료전담 재판부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치는 나와 있지 않지만 성형수술 피해로 인한 소송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며 코와 광대뼈 등 얼굴 부분의 수술 외에도 가슴, 허벅지 부분 등의 다양한 피해사례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D씨(50·여)는 97년 받은 유방확대수술 이후 팔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심해진 데다 가슴 위의 모양까지 흉하게 변하자 의사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D씨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숨기다 별거에 이르는 등 정신적인 고통도 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뻐지려다 생명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 경우도 있다. E씨(44·여)는 지난해 6월 얼굴뼈를 깎는 수술을 받은 뒤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아직까지 식물인간 상태에 놓여 있다.
E씨의 가족은 의사를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원인과 대책〓의료계와 법조계에서는 “성형수술이 위험을 수반하는 의학적 시술인데도 여성들이 충분한 사전검사조차 거치지 않은 채 수술을 받아 부작용이 커진다”고 말한다. ‘성형수술 열풍’에 편승한 일부 의사들의 상혼과 무면허 시술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재판부 관계자는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부 의사들이 이를 이용해 마구잡이식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담당 의사나 수술 종류에 대한 사전조사 등을 꼼꼼히 해보고 특이체질 검사 등도 제대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외모나 미용의 가치에 대해서는 법원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아직까지 손해배상 액수가 많지 않고 의사측 과실이 명백히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제대로 보상받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성형외과 4곳중 1곳 강남에 개업▼
전체 동네의원의 절반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고 특히 성형외과 의원 4곳 중 1곳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의사협회가 발표한 ‘지역 및 전문과목별 의원 분포 현황’에 따르면 4월 현재 전국에 개업중인 의원은 모두 1만9326곳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116곳(26.5%)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경기 3347곳(17.3%) △부산 1776곳(9.2%) △대구 1232곳(6.4%) △경남 1010곳(5.2%) △인천 928곳(4.8%)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소재 의원이 48.6%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지역 | 수 | 지역 | 수 |
서울 | 5116 | 충북 | 557 |
부산 | 1776 | 충남 | 641 |
대구 | 1232 | 전북 | 844 |
인천 | 928 | 전남 | 629 |
광주 | 644 | 경북 | 826 |
대전 | 757 | 경남 | 1010 |
울산 | 348 | 제주 | 197 |
경기 | 3347 | 총계 | 1만9326 |
강원 | 474 |
성형외과 의원은 전국에 467곳으로 이중 절반 가까운 227곳이 서울에, 25%인 119곳이 강남구에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부과의 경우 전국 590곳 중 35.6%(210곳)가 서울에 있고 특히 강남구(51곳) 서초구(17곳) 송파구(12곳)에 많았다. 강남구에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모두 595곳으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의협 관계자는 “수도권 소재 의원의 비율은 인구분포와 비슷한 것으로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면서 의료기관 편중 현상이 심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