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공익목적 불매운동도 법한계 벗어나면 불법"

  • 입력 2001년 7월 17일 18시 41분


시민단체가 ‘공익목적’을 내걸고 벌이는 불매(不買)운동도 법의 한계를 벗어나면 불법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3일 내려진 이 판결은 불매운동의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시민단체의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불매운동 대상 사건은 96년 7월 태원예능이 추진한 미국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 이에 대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등 50개의 시민 사회 종교단체들은 이 공연이 외화 낭비를 초래하고 청소년의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기획사 및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였다.

공대위는 특히 입장권 판매계약을 한 서울은행과 한일은행(현 한빛은행)에 대해 계약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시민들에게 예금계좌를 옮기도록 하는 등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통보했다.

은행들은 그 후 계약을 취소했고 태원예능은 별도의 임시직원을 고용해 직접 입장권 판매에 나서 그 해 10월 공연을 마쳤는데, 이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공대위 대표 정모씨 등 3명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대법원 2부(주심 이용우·李勇雨 대법관)는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시민단체의 활동도 법의 한계를 벗어나서는 안되며 그 방법과 정도가 정당한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 한계를 벗어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시민단체의 공익 목적을 위한 정당한 활동은 바람직하고 장려되어야 하지만 법에 의한 제한이나 그 활동에 내재(內在)하는 제한을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시민단체의 불매운동은 시민들의 상품선택권의 소극적 행사를 촉구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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