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군 문의면 미천리 김신환(金臣煥·65)씨. 그는 대청호 변에 내놓고 4년째 눈비를 맞히고 있는 자신의 보트를 찾아 이렇게 외쳐보곤 한다. 20년째 가슴에 응어리져 온 피맺힌 절규다.
그는 대청댐 담수에 따른 수몰로 문산리에서 미천리로 이사하던 79년만 해도 보트 임대 사업의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당시 상황은 그럴 만도 했다.》
충북도는 79년 관광개발백서를 통해 문의지구에 ‘국민관광휴양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교통부도 80년 2월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한국관광공사는 83년 3월 ‘국민관광지 개발 기본계획’을 통해 문의∼옥천∼단양 수륙 관광로 개발 등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이에 따라 선착장이 조성되고 유람선 사업체인 ㈜호반개발이 문을 열었다.
김씨는 수몰 보상비 700여만원 중 당시 논 10마지기(2000평) 값인 520만원을 주고 6인승 보트를 구입했다. 모두 27가구가 김씨처럼 보트를 구입했다.
하지만 정부는 관광공사의 계획이 나온 지 3개월여 만에 ‘상수원 보호’를 이유로 개발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어리둥절하기만 했던 주민들은 얼마 후 인근에 대통령 전용 휴양시설인 청남대가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씨는 물 한번 적셔보지 못한 보트를 그대로 헛간으로 옮겨놓은 뒤 은행 대출을 받아 택시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지금까지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4년 전 비좁은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보트를 대청호 변에다 옮겨놨다.
당시 문의면장 Y씨(70)는 정년을 3년 가량 남겨 놓은 79년 사표를 내고 호반개발 전무로 취업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 그는 갑자기 일자리를 잃어버린 데다 투자했던 적지 않은 돈을 날려버리는 바람에 화병을 얻었다.
이찬희(李讚熙·53)씨도 가산을 탕진했다. 그는 80년 수몰 보상비 980만원에다 사채까지 얻어 2900여만원짜리 지상 3층 건물을 지어 임대업에 나섰다. 당초 단층 살림집을 지으려 했으나 청원군이 관광지 미관 등을 이유로 도로변 건물은 2층 이상으로 짓도록 했기 때문. 당시 군청 직원들은 건물 색깔까지 지정해 주었다.
하지만 관광지 개발이 취소되자 건물을 임대하려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15년 이상 빈 건물을 지켜야 했다. “당시 지역 예비군 중대장을 맡고 있었어요. 하지만 빚에 허덕이자 인근 쌀집까지 외상을 안 주더라고요. 아내는 부엌에 주저앉아 한없이 눈물만 흘렸지요.”
문의면 주요 도로변의 40여동의 건물에는 ‘세 놓습니다’라는 푯말이 여기저기 20년째 붙어 있다. 밤이면 빈 건물들이 흉물처럼 느껴진다.
이들처럼 관광지 개발 취소로 피해를 본 주민은 350여 가구. 보상비만 그대로 유지했어도 남부럽지 않게 살았을 사람들이다.
주민들은 83년 5월부터 지금까지 관광지 재추진을 요구하는 진정과 집회를 20여 차례나 거듭했으나 수자원공사 등을 통해 89년 10억원의 장학기금을 마련해주고 95년 인근에 분수대를 만들어 준 것이 정부 대책의 전부라고 주장했다. 문의면 번영회 김홍기(金洪基·55) 회장은 “주민들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가구당 십수억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26일 ‘청남대로 인한 주민피해신고센터 겸 문의국민관광지 재추진위’ 현판식을 갖고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관광지 재추진 △청남대 개방 또는 이전 △상수원 보호구역 피해 보상 등을 본격적으로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
<청원〓지명훈기자>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