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공원 원두막짓기 경연… 여학생팀 최우수상 수상

  • 입력 2001년 7월 20일 18시 36분


20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잠실아시아공원 잔디밭에서 열린 원두막 짓기 대회 행사장. 아파트 단지로 빽빽이 둘러찬 도심 속 공원에서 ‘뚝딱 뚝딱’ 못질 소리가 요란하게 흘러 나왔다.

유유히 저공비행을 즐기는 한여름 잠자리 떼와 매미 소리, 가지치기한 가로수를 쌓아 놓은 원목 더미 등으로 제법 시골 정취가 물씬 풍겼다.

창덕여고, 정신여중, 오금중 등 학교팀이나 진주아파트 한양아파트 주민단체 등 이웃사촌팀, 지역 봉사단체팀 등 송파지역 중고등학생과 성인 지도자들로 구성된 16개팀 190여명의 참가자들의 얼굴에서는 쉴새 없이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발랄한 여학생 9명이 모여선지 유난히 요란한 수다며 웃음소리가 시선을 끄는 바르게살기송파구위원회 소속 바른청소년봉사단 학생팀.

“완전 시골 이장님 패션이네?”

삐딱하게 빨간 모자를 반쯤 눌러 쓴 민세희양(18)을 보고 같은 학교 친구 김다혜양(18)이 까르르 웃어댔다.

“넌, 완전 ‘독서실’ 패션인걸?”

민양도 편한 면 반바지에 조리를 신고 온 김양을 보고 킥킥댔다. 이들은 송파구 마천동 시각장애인 할머님들이 모여 사는 ‘누리아의 집’ 봉사자들. 할머니들과 1 대 1로 자매결연을 맺고 한 달에 몇 번씩 함께 시간을 보낸다.

“전공으로 미술을 할까, 요리 분야를 택할까 망설였는데 제 ‘파트너’ 할머니께서 진로 상담을 해 주셨어요. 앞을 못 보셔서 외출은 많이 못하셔도 항상 라디오나 책을 접해선지 아는 게 참 많으시거든요.”

바쁜 학교 생활 틈틈이 짬을 내서 하는 봉사 활동을 통해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다는 문현지양(16·숙명여고 1년)이 코 끝에 맺힌 땀을 닦으며 활짝 웃었다.

여학생으로 구성된 팀인데도 다른 팀들에 비해 진도가 빨라 ‘비결’을 물었더니 회원들이 송정화양(18·가락고 3년)의 등을 떠민다.

“개집을 직접 지어본 적이 있어 좀 자신이 있지요. 수험생이라 독서실에 주로 있다보니 힘도 많이 비축됐구요. 오늘 상금을 타면 할머니들이랑 ‘갈비 파티’를 하기로 했어요.”

송양은 “100점 만점 중 25점이 ‘응원 및 튀는 행동’ 점수라며 본부석에서 흘러나오는 댄스 음악에 맞춰 간간이 몸을 흔들어댔다.

‘마침내’ 최우수상을 수상, 50만원의 상금을 거머쥔 이들은 어서 할머니들께 알려야겠다며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