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경기 연천군 한탄강 유역과 강원 양구군 수입천 일대를 댐건설 후보지로 선정했다. 우려되는 물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댐건설 이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
그러나 해당지역 주민들은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90년부터 10년 동안 영월댐(동강댐) 사태를 겪었고 99년에는 인제군 내린천댐 건설을 놓고 논란을 빚는 등 댐건설로 인한 크고 작은 진통이 끊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찰지역〓한국수자원공사는 경기 연천군 연천읍 고대리 한탄강 중류에 길이 705m, 높이 85m, 총저수량 3억1100만t규모의 홍수조절용 댐건설을 추진중이다. 수자원공사측은 이 지역이 잦은 홍수피해를 보고 있어 댐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
이에 대해 한탄강 상류지역인 강원 철원군 주민들은 “오랜 세월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으로 묶여 낙후를 면치 못했는데 댐을 건설해 또 다른 규제를 가하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댐건설 후 담수를 수도권 상수원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설까지 나돌아 주민들의 정서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또 길이 400m, 높이 120m 규모의 댐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양구군 방산면 수입천 일대 주민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618가구에 1700여명이 살고 있는 방산면은 화천댐(1944년)과 소양댐(1967년)이 건설되면서 수몰지역에서 이주한 주민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댐건설에 따른 피해를 대물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화천댐 수몰주민인 박문희(朴文熙·72)씨는 “1944년 이주해온 뒤 이제 겨우 터를 잡았는데 또 이주하라는 말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댐건설 후보지로 선정됐다가 제외되는 홍역을 치렀던 홍천군 서면 주민들도 최근 후보지 포함여부에 대해 질의를 하는 등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초 영월군이 수주면 두산리에 높이 4m, 발전시설용량 1일 2000㎾ 규모의 소규모 수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하다 주민들의 반발로 주춤한 상태다.
▽마찰의 배경〓강원도내에는 현재 소양댐 화천댐 춘천댐 등 10개의 댐이 건설돼 있다. 이들 댐의 건설로 1개 군(郡) 규모와 맞먹는 5641가구 2만9617명의 주민이 정든 고향땅을 떠났다.
특히 양구군은 소양댐과 화천댐이 건설되기 이전까지 4만5000여명의 주민이 거주했으나 지금은 2만2000여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방산면에 또 댐이 건설될 경우 군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는 판단에 따라 전 군민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
이창순(李昌淳) 양구군의회 의장은 “생존권 차원에서 전 군민적으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도내의 잦은 댐건설 분규로 주민들이 △농무(濃霧)에 의한 농작물 피해 △교통오지화 △지역고립 등 댐건설로 인한 폐해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도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주민들이 “더 이상 속을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향후 물부족 사태에 대비, 후보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을 뿐 아직 건설지역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춘천〓최창순기자>cs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