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지금 ‘분쟁의 땅’…화섬업계 시내버스파업등 어수선

  • 입력 2001년 7월 20일 21시 02분


‘화섬업계 노사분규와 시내버스 파업, 그리고 문화재 개발 마찰까지….’

울산이 어수선하다.

지난달 5일 파업중인 ㈜효성 울산공장 근로자들을 강제해산하기 위해 경찰이 투입된 이후 20일 현재 46일간 거의 매일 계속되는 근로자와 경찰의 대치, 그리고 지난 15일부터 6일째 계속되는 시내버스 파업.

여기에다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울산 울주군 두동면)과 반구대 암각화(〃 제285호·울주군 언양읍) 주변을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울산시와 이에 반대하는 문화계간의 대립까지 계속돼 시민들은 지역 평화를 위해 당국의 적극적인 중재와 당사자간의 대타협 을 촉구하고 있다.

▽노사분규=나일론 원사를 생산하는 ㈜효성 울산공장(노조원 1419명)은 회사측이 유휴인력을 다른 공정에 배치하자 노조가 지난 5월25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으며 지난달 5일 경찰이 투입돼 파업 근로자를 해산했지만 400여명은 출근을 거부하고 회사 주변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태광산업㈜ 울산공장(프로필렌 생산·노조원 1824명)과 ㈜고합 울산1공장(폴리에스터 생산·〃 319명)도 각각 종업원 507명을 희망퇴직시키고, 생산설비 19개 가운데 6개를 올해안에 중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자 노조가 지난달 12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한뒤 사내외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회사측은 “종업원을 대폭 줄이고 임금을 동결해야만 화섬업계가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밝혔으나 노조측은 “근무방법을 변경 등으로 해고를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울산지역 9개 시내버스 회사(시내버스 594대) 가운데 학성여객 등 3개사(〃 213대·36%) 노조는 총 71개 임단협안 가운데 정년과 징계 방법 등 35개 항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 15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문화재 개발 마찰=울산시가 천전리 각석과 반구대 암각화 주변 관광자원화 사업을 확정한 것은 올 1월.

시는 문화 탐방객들의 차량 통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 150억원을 들여 진입도로(길이 2.33㎞)를 확장하고 선사문화전시관(면적 1325㎡) 등을 조성하는 관광 개발사업을 착공, 내년 월드컵 개최 이전에 완공키로 했다.

이에대해 한국고고학회(회장 정징원·부산대 교수) 등 22개 학회와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진입도로를 확장하면 대형 차량이 드나들고 유흥접객업소가 늘어나 문화재 훼손이 가속화된다”며 지난 5월부터 반대했으나 시는 공사강행을 재 천명해 마찰이 가열되고 있다.

천전리 각석과 반구대 암각화는 수직의 바위면에 마름모와 동그라미 사슴 호랑이 등이 새겨진 청동기시대 바위그림으로 각각 73년과 95년 국보로 지정됐으며 UNESCO(국제 연합 교육 과학 문화기구)에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추진중이다.

▽전문가 진단=울산대 사회학과 조형제(趙亨濟)교수는 “노사분규 등 울산의 전통적인 갈등구조가 매년 되풀이되고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노사가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라며 “공공의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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