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개혁 방향-대안-절차 혼란"…정부 실정 강력 비판

  • 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23분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정재헌·鄭在憲·사진)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제12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 대회’를 열고 정부의 개혁정책을 비판하는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변협 회장을 비롯한 일부 변호사들이 정부의 개혁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는 발언을 했으며 현 정부의 일련의 실정(失政)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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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비판' 결의문 이견없이 채택
- 대한변협 결의문

변협은 결의문에서 “변호사들이 진지하게 토론한 결과 현 정부의 개혁이 합법성과 정당성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주의에서 현저하게 후퇴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변협은 “정부의 개혁조치가 목표와 명분을 내세워 법적 절차에 있어서 합법성과 정당성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음을 우려하며, 모든 개혁은 법치주의의 실질적 이념에 따라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 가운데 해결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라고 결의했다.

변협은 이어 “우리는 정부가 힘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에 의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결의문 채택에 앞서 정 회장은 이날 ‘법치주의와 개혁’이라는 주제로 열린 대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는 지금 규제, 교육, 의료, 정치, 언론, 사법개혁 등 개혁의 바람 속에 살고 있다”며 “현실 비판은 무성하고 개혁의 목소리는 높지만 개혁의 방향과 구체적 대안 및 그 절차는 혼란 속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이어 “개혁은 그 토대를 고르고 원칙을 우선 정해야 하며 개혁에 앞서 법치주의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치주의를 ‘특정세력이나 특정인에 의한 지배가 아닌 법률에 의한 지배라는 개념’이라고 규정했다.

정 회장은 또 “개혁은 목표나 명분만 분명하면 언제나 정당하며 그 경우 필요한 법 절차는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발상은 극히 위험하다”면서 “개혁은 혁명과 달리 개혁에 장애가 되는 보수 기득권 세력까지 끌어안고 가야 하는 지난(至難)한 작업까지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자유 토론자로 나선 대구지방변호사회 소속 서석구(徐錫九) 변호사는 “세무조사를 통한 언론탄압이나 대북(對北) 퍼주기, 공적자금 낭비 등 일련의 실정이 거듭되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가 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직무집행정지를 고려해야 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대회 집행위원장인 황계룡(黃桂龍) 변호사는 대회사를 통해 “법을 짓누를 수 있는 것이 권력이고 권력의 힘은 정의를 얼마든지 잠재울 수 있다”며 “지금 이 사회에서도 여론몰이를 통해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감정과 개혁이라는 이름 하에 절차적 정당성이나 법치주의를 외치는 세력을 힘으로 지배하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주제 발표를 한 문재인(文在寅) 변호사는 “현 정부의 개혁성과는 구호만 요란했을 뿐 개혁에 실패한 김영삼(金泳三)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을 정도”라며 “여권 내부에서 국민의 개혁 피로감을 말하며 이제 개혁을 중단하고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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