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주민뜻이 우선" 광주-전남통합 원칙론 힘얻는다

  • 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40분


고재유(高在維) 광주시장과 허경만(許京萬) 전남도지사가 최근 광주 전남 시도 통합에 ‘원칙적으로’ 찬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 2월 새 청사 실시설계 착수 등 전남도청 이전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한때 수그러드는 듯했던 시도 통합 및 도청 이전 논란이 두 단체장의 발언을 계기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지역분열을 조장한다”는 비난 여론에다 광주의 ‘보통시’ 전락을 우려하는 행정공무원들의 반발, 인사상 불이익을 염두에 둔 교원들의 저항 등으로 앞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합의’인가, ‘논의 재시동’인가〓20일 방영된 광주방송(KBC)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허 지사는 “도청 이전으로 빚어진 지역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늦었지만 시도 통합이 절실하다는 게 소신”이라며 “통합에 반대했던 광주시가 통합에 적극 나선다면 전남도청 이전사업을 잠정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도청 이전 중단’을 촉구해왔던 고 시장도 “그렇다면 광주에 도청을 그대로 두는 것을 전제로 통합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음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통합 합의’보다는 ‘통합 논의 재수용’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해명하는 등 파문 확대를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찬반논쟁 다시 원점으로〓지난달 청와대 앞에서 ‘상경시위’를 벌이기도 했던 전남도청 이전 반대 및 광주전남통합추진위는 잇단 성명 등을 통해 ‘통합합의’를 기정사실화하고 한발 더 나아가 주민투표법 제정, 시도의회의 통합 합의 등 5개항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도청 이전으로 ‘개발특수’를 기대해 온 목포 등 전남 서남권 주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한 분위기. 전남도청과 목포시청 인터넷 홈페이지 ‘열린 광장’ 등에는 연일 두 단체장을 비난하는 수백건의 글이 오르고 있으며 조회수도 23일 현재 2만여건에 육박하고 있다.

목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1일 긴급모임을 갖고 “허 지사의 망언은 99년 도의회 의결을 전면 부정하고 본격 추진중인 도청 이전을 백지화하고자 하는 쿠데타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비해 ‘전남도청 빼가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우려해온 광주지역 여론은 시도 통합의 실현 가능성보다는 도청 이전의 부당성을 부각시키는 데 모아지고 있다. 광주 동구 충장로 황모씨(40·식당운영)는 “우리는 현 정권이 전남도청을 광주에서 목포로 빼가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며 이를 막아 도심 상권을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의사가 관건〓두 단체장의 ‘원칙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전남도청 이전사업 철회, 나아가서 시도 통합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가 각각 의결, 통과시킨 ‘통합반대 결의’(96년 12월)와 ‘전남도청 사무소 소재지 변경 조례’(99년 6월)를 모두 번복해야 하는데 양쪽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행정자치부는 대구 대전 등 광역시 전반의 위상이 걸린 이 문제에 대해 1월 “광역시와 도의 통합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현 시점에서 광주 전남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시도 통합에 찬성하는 광주시민이 54.3%에 이르고 28.8%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결국 주민 다수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원칙론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으며 통합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용채(金容采·광주시민단체협의회 대표) 변호사는 “어느 쪽이건 주민들의 의사가 최우선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정치권이나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 또는 공무원들의 집단이기주의를 경계한다”고 말했다.

<광주〓김권·정승호기자>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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