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휴가철 해외 옵션관광 최고10배 바가지 횡포

  • 입력 2001년 7월 24일 18시 37분


‘여름 휴가철 해외 옵션관광 주의하세요.’

즐거워야 할 해외여행이 바가지 상혼으로 망가지고 있다. 덤핑가격으로 여행객을 끌어모은 뒤 현지에서 바가지요금을 씌워 여행객들을 울리는 횡포가 휴가철을 맞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사례〓지난달 4박6일 일정으로 방콕, 파타야 여행을 다녀온 황성원(黃聖媛·30·여·서울 강남구 논현동)씨는 여행사의 횡포로 신변의 위협마저 느끼고 돌아왔다.

모두 6명인 단체 관광단의 일원이 된 황씨가 지불한 경비는 총 39만9000원. 항공료 숙박비 식대 등이 포함된 금액으로 알고 현지에 도착한 황씨는 황당한 주문을 받았다. 현지 가이드 이모씨(34)가 “당신들이 낸 돈은 항공료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숙박비나 식대 지불을 위해 옵션관광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황씨는 여장 남성들의 쇼인 ‘알카자 쇼’를 종교적인 이유에서 거절하고 ‘시내투어’마저 개인적으로 하겠다고 하자 가이드 이씨는 “옵션관광을 하지 않으면 내가 너무 많은 손해를 본다”며 옵션관광을 해달라고 졸랐다. 그러다 급기야 여행 마지막날 밤에는 “손해를 보상하지 않으면 출국을 못하게 하겠다”고 위협했다.

공포에 사로잡힌 황씨는 가이드 몰래 호텔을 옮겨 마지막 밤을 보낸 뒤 다음날 태국을 떠났다.

이달 초 중국을 3박4일 일정으로 다녀온 김태영(金泰榮·39·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도 서울에서 이미 지불한 서커스 옵션관광 비용을 현지에서 다시 요구받았다. 또 중국을 떠나기 직전 현지 가이드는 서울의 알선 여행사측에서 1인당 15만6000원의 현지관광 비용을 보내오지 않았으니 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항공권을 줄 수 없다며 김씨를 호텔방에 5시간 동안 감금하기도 했다.

▽옵션가격 바가지 실태〓한국소비자보호원이 접수한 해외여행 관련 피해사례는 99년 1415건, 2000년 2009건, 올 들어 7월20일 현재 1106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사례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옵션관광 강요.

태국 현지 여행사 사장 A씨가 기자에게 알려준 대표적인 옵션관광 항목들을 실제 현지 입장료와 비교해본 결과 여행사들은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바가지를 씌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악어농장’ 입장료의 경우 현지가격은 2600원이지만 현지 가이드들은 국내 단체관광객들에게 옵션가격으로 2만6000원을 받고 있었다. ‘알카자 쇼’는 현지가격이 5200원이나 옵션가격은 3만9000원, ‘전통안마’는 현지가격이 1만원인데 옵션가격은 5만2000원 등이다.

사이판도 사정은 마찬가지. ‘정글투어’의 현지가격은 2만6000원이지만 옵션가격은 9만원. ‘스킨스쿠버’는 현지가격이 6만5000원인데 비해 옵션가격은 13만원 등이다.

▽구조적인 이유〓이처럼 현지 가이드들이 옵션과 쇼핑을 강요하는 것은 일단 손님부터 끌고 보자는 식의 덤핑경쟁 때문이다. 여행사들이 내걸고 있는 방콕, 파타야 4박5일 관광비용은 비수기 때 29만9000∼39만9000원. 이 가운데 항공료 32만∼36만원과 공항세를 제외하면 여행사에 돌아가는 몫은 적자이거나 고작 2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숙박비 식대 교통비 등을 현지 여행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옵션 강요와 쇼핑 커미션으로 이를 충당하고 이득까지 챙겨야 한다는 것.

B여행사 사장은 “여행상품은 가격이 비싸면 절대로 팔리지 않는다. 무조건 싸게 가격을 제시해야 여행자들이 몰린다”며 “결국 최소비용만을 받고 출발시킨 뒤 바가지 옵션비용이나 50∼60%의 막대한 쇼핑 커미션을 통해 손실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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