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무인단속 카메라가 수km 전방부터 사전 경고를 통해 감속하도록 하기보다는 ‘적발’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또 다른 사고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승객들의 ‘안전 불감증’〓사고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였던 119구조대 관계자는 “안전띠를 매지 않고 있던 상당수 승객들은 버스가 추락해 전복되는 순간 의자에서 튕겨져 나왔다”며 “이들은 이리저리 차체에 부딪히면서 머리와 목 허리 다리 등을 심하게 다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망자들은 대부분 늑골 경추 척추 두개골 등 여러 곳이 골절돼 참혹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7월17일 강원 강릉시 연곡면 진고개에서 관광버스가 전복됐을 당시 중고교생 40명이 모두 안전띠를 매고 있어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행락철에 관광버스 승객들이 고속도로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고 차 안을 오가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고 위험성이 수없이 지적돼 왔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당수의 관광버스는 내부에 노래방 시설과 현란한 사이키 조명까지 갖춰놓고 승객들의 음주가무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종잇장’ 같은 가드레일〓차체와 부딪혔을 때 전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는 가드레일도 문제다.
사고버스는 70㎝ 높이의 가드레일을 20도 정도의 각도로 들이받았다. 경찰이 추정하는 충돌 당시 버스의 속도는 시속 80㎞. 그러나 가드레일의 철판은 엿가락처럼 휘어졌고 가드레일을 지지하던 쇠기둥 4개도 마치 이쑤시개처럼 뽑혀져 나간 상태였다.
지난해 5월 6명의 사망자를 낸 강원 진고개 관광버스 전복사고와 99년 7명이 숨진 경북 예천군 관광버스 사고도 가드레일 등 도로안전시설이 제 역할을 못해 많은 인명피해를 불렀다.
▽무인단속 카메라〓사전 ‘경고’보다는 ‘적발’ 위주로 운영되는 무인단속 카메라가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과속으로 질주하던 차량이 무인단속 카메라를 발견하고 급제동하거나 급차선 변경을 하면서 뒤따르던 차량의 추돌 등으로 대형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97년 9월 자유로에서 속도경쟁을 벌이던 승용차 3대가 단속카메라를 피하려다 충돌해 1명이 숨지고 5명이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번 사고지점의 단속카메라는 전방에 단속안내판이 설치돼 있기는 하나 크기가 작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카메라 주변 도로 위에는 뒤늦게 단속카메라를 발견하고 급제동한 차량들의 타이어 자국 여러 개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진주〓강정훈·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