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가옥, 의복, 음악 등을 맛보려고 도시연대가 28일 개최한 ‘인사동, 북촌 체험하기’ 행사에 참여한 50여명의 외국인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호기심을 맘껏 발산했다.
이들 가운데 체류기간 3주차인 주한 독일대사관 요아힘 베어텔레 정무담당 1등서기관(33), 한국에 온 지 갓 1주가 되었다는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요람 하타미 국방군수무관(42), 수십년간 서울 춘천 등지에서 봉사를 해온 착한목자수녀회 소속 필리핀인 현리타 수녀(63)와 성 골롬반의원의 필리핀계 미국인 배애미 수녀(67) 등은 ‘최연장자 정예 멤버’들이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종로구 인사동 일대 고서점 및 골동품점을 둘러본 뒤 오후 1시경 서울 종로구 사간동 이리자 한복연구소에 도착했다.
이들은 진열된 갖가지 색깔의 한복 옷감과 화려한 무늬에 매료된 듯했다.
직접 입어볼 수 있다는 말에 하타미씨가 제일 먼저 자원을 했다.
분홍색 회색 등 밝은 파스텔톤 7가지 색깔의 색동저고리가 까무잡잡하고 덩치 좋은 하타미씨에게 썩 잘 어울렸다.
“황제처럼 보인다” “한복 패션모델 아니냐”는 아낌없는 찬사가 쏟아져나왔다. 차분한 톤의 파란 저고리가 지적인 외모와 어울리는 베어텔레씨에게도 “귀족(양반) 같다”는 평이 내려졌다.
다음은 두 수녀 차례. 조선시대 공주가 입던 예복과 평상복을 차려입은 두 수녀의 얼굴에는 열여덟살 소녀 같은 수줍은 미소가 가득 떠올랐다.
이들은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북촌 한옥마을을 향해 걸었다. 독특한 무늬가 새겨진 돌담길, 날렵한 기와, 정겨운 목조 건축물부터 동네 꼬마들까지 눈길을 떼지 못했다.
“요즘 한국 사람들은 아파트 같은 신식건물을 좋아하죠? 필리핀에도 대나무, 코코넛 잎으로 엮은 ‘네파 헛(nepa hut)’이라는 전통가옥이 있지만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예요.”
강원 춘천시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현리타 수녀가 제법 익숙한 한국어로 말을 건넸다.
한옥마을을 지키려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에 베어텔레씨는 “독일에서도 수백년 된 전통마을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한 마디 보탰다.
한옥의 멋은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이들의 소감. 초목이 어우러진 작은 마당에서 이웃들이 어울려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의 냄새가 나는 공간이라는 평이었다.
자연염색 체험과 목공예 감상, 안국동 금현국악원에서의 전통악기 연주 감상을 마친 시간은 어느덧 오후 5시.
도심을 걸어 바쁜 일정을 소화해낸 ‘뚜벅이 투어’에 약간은 지친 얼굴들이었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한옥과 한국 전통의 멋을 한껏 맛본 좋은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