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기습폭우 원인]변덕심해 예측 어려운 '게릴라 호우'

  • 입력 2001년 7월 30일 18시 52분


예년에 비춰 장마 종료시점이 1주일 가량 지났는데도 29일부터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것은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이 더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반도의 전형적인 여름 날씨는 7월 22∼24일경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전역으로 세력을 확장해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내고 불볕더위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중국 대륙에 있는 찬 고기압과 팽팽한 ‘세력다툼’을 벌이면서 중부지방에 좁고 강한 장마전선이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한반도 남서쪽에 있는 기압골을 통해 수증기 유입이 원활해지면서 비구름대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

기상청 관계자는 30일 “현재 대만을 통과해 북상중인 제8호 태풍 ‘도라지’가 31일∼8월 1일 남중국해에서 소멸하면 태풍이 몰고온 수증기도 한반도에 고스란히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8월 1, 2일에는 현재 장마전선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남부지방에도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두 기압대의 대치는 좁고 두꺼운 비구름대를 형성해 시간과 지역에 따라 강수량의 편차가 심한 전형적인 ‘게릴라성 호우’를 불러오고 있다.

30일 오전 5∼6시 서울의 북한산에는 81.5㎜의 폭우가 내렸지만 같은 시간 강남, 송파구 등은 1.0㎜ 이하의 강수량을 보였다. 또 서울과 경기 수원 등 수도권에도 지역별로 비구름의 이동에 따라 시간당 강수량이 20㎜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반적인 비구름은 광범위하게 몰려오는 난층운이지만 이번 비는 뭉게구름 형태인 적란운”이라며 “이 경우 좁은 지역에 강한 비를 퍼붓게 되고 상대적으로 비구름의 수명도 짧다”고 말했다.

따라서 비구름대의 미세한 이동에도 강수 현상이 급격히 변하고 비구름의 소멸과 생성도 빠른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게릴라성 호우는 일기도를 통해 파악이 안되고 발생 3시간 전에야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변덕이 심하다”며 수방 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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