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원로 성명 "언론 세무조사 이후 사회혼돈"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26분


사회 원로 및 시민단체 인사 32명은 2일 오전 10시 서울 YMCA에서 “정부가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지, 언론이 스스로 쇄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동시에 감시할 수 있는 공정한 언론개혁 감시운동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 성명 채택에 참여한 대표적 인사는 강원용(姜元龍) 목사, 송월주(宋月珠) 스님, 이세중(李世中) 변호사, 이석연(李石淵) 경실련 사무총장, 유재천(劉載天) 한림대부총장, 손봉호(孫鳳鎬) 서울대교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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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최근 언론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서에서 “최근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로 촉발된 사태로 인해 사회전체가 혼돈에 휩쓸려 국민은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바른 해결의 길을 찾기 위해 이 같은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성명은 “언론개혁은 우리의 오랜 숙원으로 정부권력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과 언론자유 수호, 사주와 광고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 독자의 알권리 존중 등의 노력을 소홀히 한 언론사와 종사자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면서 “언론사 세무조사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그러나 이번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한 언론사에 50∼60명의 조사인력이 4개월간 투입되고 전 임원, 전 간부에 대해 계좌추적을 하는 등 건국이래 유례 없는 대규모 조사를 감행한 점을 꼭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납득할만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아 사회 전체가 양극화로 치달았다”고 지적했다.

이 성명은 “따라서 지금 이 상태로는 이번 세무조사가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성명은 이어 “23개 언론사가 전부 탈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6개 언론사만 고발해 다른 언론사에는 마치 면죄부를 준 것처럼 된 것은 공정성을 크게 훼손한 처사”라고 지적, “정부는 지금이라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바른 처리방안을 제시해 세무조사의 성역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언론탄압의 의혹을 남기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특히 “MBC KBS YTN 등 방송사와 연합뉴스, 대한매일신문 등 실질적으로 정부 지배하에 있는 매체들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도록 언론사 임원선임방식의 개혁 내지는 소유구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명은 이 밖에 “진보와 보수 중 어느 한편이 부정되면 언론은 획일주의에 빠지고 사회적 공론(公論)의 형성이 불가능해져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며 “언론개혁을 위한 진지한 공론의 장(場)을 마련하기 위해 지식인들은 침묵을 깨고 사회적 발언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주요 종교지도자 성명 "언론사 세무조사 공평해야"▼

천주교를 제외한 불교 개신교 천도교 원불교 성균관 등 주요 종교지도자들은 2일 ‘8·15 광복절 56돌을 맞으며’란 성명을 발표하고 “언론의 세무조사는 검찰과 사법부에 의해 공평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해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평화의 소식을 가져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서 채택을 위한 모임에는 서정대 조계종 총무원장, 김동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철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조원오 원불교 교정원 사회부장과 박영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가 각각 장응철 교정원장과 이만신 한기총 회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최창규 성균관장은 참석하지 않고 위임했으며 박정일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은 참석하지도, 위임도 하지 않았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野 "마녀사냥식 선동말라"▼

한나라당 언론자유수호 비상대책특위(위원장 박관용·朴寬用의원)는 2일 긴급회의를 열고 “비판적인 언론죽이기를 위한 언론사 세무사찰도 모자라서 구독거부운동을 선동하는 마녀사냥식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비판언론을 구독하는 수백만명의 국민까지 수구반동 국민으로 매도하는 인민재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위는 성명을 통해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라는 사람들까지 비판언론에 대한 공격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의 척도인양 너도나도 공격대열에 나서고 있고 시민단체라는 이름을 내건 집단들이 공당의 당사에 페인트병을 던지는 등 만행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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