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수사발표로 피해 언론보다 국가책임 크다"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42분


검찰이 잘못된 수사내용을 발표해 언론에 보도됐을 경우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은 언론사보다 국가가 더 크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같은 이유로 재판이 진행 중인 ‘포르말린 소송’ 등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지법 민사44단독 이환승(李桓昇) 판사는 지난달 26일 국가가 “검찰의 구속영장을 추가취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으니 이로 인한 피해에 일부 책임이 있다”며 A신문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이 신문사의 책임을 30%만 인정해 “국가에 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사는 “검찰이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수사를 마무리짓지도 않은 채 기자들에게 수사결과를 발표한 점, 기자가 추가취재를 했다고 하더라도 당시로는 기사 내용이 달라진다고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국가측 책임이 훨씬 더 크다”고 밝혔다.

A신문과 B신문은 91년 서울지검 박모 검사가 경쟁업체에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K사 직원 이모씨를 구속한 사실을 보도했으며 이씨는 93년 무죄확정판결을 받게 되자 국가와 두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99년 “B신문은 담당검사에게 사실 확인 등 추가취재를 했으나 A신문은 구속영장 열람 외에 별도의 취재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B신문에 대한 소송은 기각하고 국가와 A신문에 대해서만 3000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국가는 이씨에게 이 돈을 모두 지급한 뒤 “70%의 책임을 지라”며 A신문을 상대로 2100만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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