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김씨가 자신의 목숨을 던져 구하려던 7, 8세 가량의 남자어린이와 그 가족은 끝내 빈소를 찾지 않았다. 1일자 보도에는 김씨가 이 어린이를 구해낸 뒤 숨진 것으로 돼 있으나 확인 결과 김씨는 이 어린이와 함께 바닷물에 휩쓸렸다가 숨지고 어린이는 해병전우회 인명구조대가 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어쨌든 목숨을 구한 어린이의 가족은 김씨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 없이 사고현장에서 사라진 뒤 이날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어 비정한 세태를 잘 말해주고 있다.
사고가 발생했던 1일 오후 4시경 김씨는 제부리해수욕장 매바위 위에서 가족과 함께 바다 낚시를 구경하고 있었다. 순간 “아이가 물에 빠졌다”는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고 매바위에서 바다쪽 30여m 지점에서 한 남자아이가 물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바위 위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김씨는 신발만 벗고 옷은 그대로 입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
50여m를 헤엄쳐 어린이에게 다가간 김씨는 이 어린이를 물가로 끌어내려 했지만 급류에 휩쓸려 아이와 함께 바다쪽으로 계속 밀려 내려갔다. 아이의 아버지도 2∼3분을 머뭇거리다 바다에 뛰어들었으나 역시 밀물로 거세진 물살을 못이기고 바다쪽으로 휩쓸려 나갔다.
신고를 받고 10여분 뒤 구명보트를 타고 출동한 해병전우회 인명구조대에 의해 남자어린이와 아버지는 구조됐지만 김씨는 결국 구출되지 못하고 사고발생 2시간 만에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해병전우회 인명구조대원 유지형(柳志炯·35·농업)씨는 “아이의 아버지가 구명보트에서 바로 물에 빠진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알려줬으면 김씨를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 어린이의 아버지는 뭍에 도착해서야 “물에 빠진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말해 다시 바다로 출동했지만 끝내 김씨를 구출할 수 없었다.
안양의 한 가전제품 판매업체에서 에어컨 설치 일을 하는 김씨는 이날 하루 휴가를 얻어 가족과 피서를 왔다. 김씨의 부인인 안정애(安貞愛·28)씨는 “평소 남을 잘 도와주고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자상함을 잃지 않았던 남편이었다”며 딸(5)과 돌도 채 안된 아들을 바라보며 “기가 막힌다”며 울먹였다.
<이호갑·현기득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