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건축현장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등 국내외 정치지도자 30여명과 자원봉사자 220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새로 건설되고 있는 ‘화합의 마을’ 20개동 80여 가구에 뿔뿔이 흩어져 천장에 석고를 붙이고 벽에 못질을 하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청바지 차림의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건축현장 한가운데에서 내외신기자 100여명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종 환한 표정을 지었다. 으며 “18년 동안 이 운동에 참여하며 집 없는 서민들이 새 희망을 안고 출발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서도 이 운동이 전개되기를 희망한다”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교류를 위해 중재자로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임시 숙소인 호서대 기숙사에서 하루를 지낸 카터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7시반경부터 못질을 시작했는데 특히 합판을 잘라 벽을 세우는 능숙한 솜씨를 선보여 주변 사람들이 탄성과 박수를 보내기도.
○…건축현장에는 영화배우 신일룡씨와 김진아씨 부부, 가수 윤형주씨 등 인기 연예인들도 동참해 눈길. 신씨는 “해비타트 운동에 매년 1억달러씩 기증하고 있는 AFC의 계열사인 CFC 회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수년 전부터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았다.
한국 해비타트 이사로 6년 전부터 이 행사에 참여해왔다는 윤씨는 “자원봉사자 중에는 방학에 틈을 내 고국을 찾은 유학생들도 적지 않다”며 “이런 젊은이들을 보면 우리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김근태(金槿泰) 김영진(金泳鎭) 의원과 자민련 원철희(元喆喜) 의원 등도 건축현장에 나타나 작업복 차림으로 집짓기 행사를 도왔다.
○…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인 ㈜한국CA(사장 하만정·39) 소속 직원 20명은 집단 휴가를 내 이 행사에 합류.
이 회사 마케팅팀 주양례 대리(29)는 “전체 직원 80명 가운데 20명이 참가비 명목으로 개인 돈 23만원씩을 내고 봉사활동에 나섰다”며 “휴가기간인 일주일 내내 이곳에서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계 석고보드 회사인 ㈜라파즈석고 소속 직원 27명도 자원봉사자 및 입주 예정자들의 석고작업을 돕는 등 하루 종일 구슬땀을 흘렸다.
○…13년째 연간 4주의 휴가를 모두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바쳐왔다는 미국 인디애나주 출신 론 피셔(54)는 올해도 ‘하우스 리더’로 참가해 화제.
그는 “건축에 대해 문외한인 일반 자원봉사자들을 이끌고 집을 아름답고 안전하게 짓는 것이 하우스 리더의 임무”라며 “그간 8개국에서 165채의 집을 지었는데 무주택자들이 집을 제공받아 삶이 달라지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산〓이기진·지명훈기자>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