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능한 사내사고 업무무관땐 사측 책임없어＂

회사 내에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업무와 무관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고일 경우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보호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규홍·李揆弘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인터폰 제조회사인 H통신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동료들의 집단 폭행으로 다친 전모씨(27)가 H통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H통신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고 전씨가 기숙사에서 동료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은 전씨와 동료들간의 사적인 감정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업무와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입장에서 이런 사고가 기숙사 내에서 발생하리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원고 전씨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씨는 H통신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근무하던 중 95년 9월 회사 동료들에 대해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이유로 기숙사 옥상 등에서 동료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뇌를 크게 다치자 H회사가 기숙사 관리감독을 잘못했다며 소송을 내 1, 2심에서 승소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