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민들은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와 함께 물리력 행사도 불사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데다 내년에는 선거 일정도 잇따르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될 조짐이다.
▽고조되는 주민 불만〓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신반포 5차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사무실.
지난해 재건축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올 초 조합설립 인가 신청을 낸 이 아파트의 주민들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소형평형 의무화 등 재건축 규제 방안과 관련, 긴급 회의를 열었다.
주민들은 “용적률 285%에 맞춰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용적률을 250% 이하로 낮추고 소형평형 의무제까지 적용되면 재건축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라며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이복남씨(56)는 “재테크보다는 대부분 자신이 사는 낡은 집을 제 돈 들여가며 재건축하려는 것인데도 지역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무차별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층아파트가 밀집한 이 일대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20여곳. 서울시내 전체로는 지은 지 20년이 넘는 아파트의 90% 이상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건축 규제 강화조치가 발표되자 조합측에 ‘왜 되지도 않을 사업을 추진하느냐’는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르는 등 갈등과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업이 불투명해지자 추가 부담금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개포지구 재건축조합 연합회 이승희 회장은 “96년부터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그동안 관련법규만 세 차례나 바뀌었다”며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주택 행정을 성토하기 위해 주민들이 도심 시위 등 물리력 행사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자치구의 정책 혼선도 주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시가 300가구 미만의 아파트는 구청장이 사업승인을 내주도록 허용하면서 일선 자치구가 사업승인을 남발하자 주민들이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는 불가피〓정부와 서울시는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재건축 바람이 과밀 개발을 부추기고 주택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며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이나 건설사가 눈앞의 이익만 보고 무분별하게 ‘바람’을 일으키면서 재건축이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가 서울시내 300여개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난개발과 전월세난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재건축의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러나 주민들의 불만이 점차 가중되자 소형평형 의무제를 완화시키는 방안을 내놓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전세금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소형 공급을 의무화하거나 재건축 시장을 위축시키는 ‘대증요법’의 효력을 의심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 책임연구원은 “이 같은 요법들은 주택경기가 침체된 뒤 다시 부양책을 쓰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일관되게 도시계획 정책을 펴 나갈 필요성은 있지만 지역 실정에 맞는 융통성 있고 예측이 가능한 주택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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