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덕 심평원평가위원 "항생제 오남용따져 보험급여 차등지급"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38분


항생제와 주사제, 고가약의 사용량에 따라 전국 병의원을 9개 등급으로 나눠 보험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약제 적정성 평가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서울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정책토론회’에서 이규덕 심평원 중앙평가위원은 항생제와 주사제, 고가약의 남용을 막기 위해 약제의 사용량에 따라 보험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는 △약제 적정성 평가의 방향과 평가대상 항목 △평가지표 및 평가 결과의 적용 등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올 1·4분기 약국의 ‘진료비 청구 명세서(EDI)’를 분석한 결과 항생제 사용량은 26.2DD(DD는 하루 1000명중 항생제를 사용하는 인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1.3DD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또 “주사제의 경우 전체 진료비의 7.62%, 전체 약제비의 28.3%로 집계돼 여전히 주사제 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또 같은 기간 중 의사들의 고가약 처방이 급증하면서 환자 1명이 의료기관을 찾았을 때 하루 약제비가 499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3%나 됐다는 것.

이에 따라 심평원은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인 상태에서 이 같은 의약품 남용과 약제비의 지속적인 증가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적절한 평가 기준과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료계측 토론자들은 “의료 수준의 질적 향상을 위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각 의료단체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신중하게 검토한 뒤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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