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동지 이분법 심각" 각계원로 115명 성명

  • 입력 2001년 8월 14일 18시 15분


'사회분열 극복을…'
'사회분열 극복을…'
김태길(金泰吉) 서울대 명예교수, 강영훈(姜英勳) 전 국무총리, 김용준(金容駿) 고려대 명예교수 등 각계 원로들이 주축이 된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상임공동대표 김태길)의 대표와 임원 115명이 최근 우리 사회의 분열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정치권력 등의 변화와 신뢰 회복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상임공동대표 등 15명의 원로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광복의 날에 즈음하여 오늘의 난국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쉰여섯번째 광복의 날을 맞이하는 우리는 불신과 반목 속에서 ‘흔들리는 나라’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며 “문명의 대전환기인 이 시점에서 앞서 가는 나라들은 새 것을 찾아 치열한 경쟁의 길로 치닫고 있는데 우리는 옛 역사의 ‘낡은 장부’를 뒤적이면서 적과 동지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가르는 데 온 힘을 쏟아 붓고 있는 살벌한 풍경”이라고 개탄했다.

성명서는 이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나간 ‘반칙사회’의 깊은 수렁 속에 살면서 더럽혀진 우리 모두의 몸을 깨끗이 씻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대탕평의 거사’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명서는 “다음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늘의 역사적 도전에 대한 응전의 묘책을 짜내는 일”이라고 전제하고 “이를 선도하는 사람들은 우선 자신부터 깨끗해야 하고 자신부터 변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서는 어떤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원로 115명 성명 전문
- 김 태길 공동대표 "우리사회 가치체계 전도"

성명서는 “그 다음에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것은 진정한 ‘민주적 공론의 광장’이며 그 토대가 되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내세우면서도 남의 생각과 주장이 들어설 자리를 비워 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마음가짐”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또 “우리가 지향하는 성숙한 세상은 진보와 보수, 그리고 중도가 모두 제 색깔을 당당히 드러내는 한편 공론의 장에서 합리적 토론을 통해 공동선을 추구하는 세상”이라며 “이런 점에서 최근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부추기는 극단적 양극화 현상은 사회통합을 해치는 분열주의로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특히 “성숙한 열린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우선의 과제는 신뢰의 구축”이라면서“ 이를 위해 정치에 종사하며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남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권력으로부터 모두에게 봉사하는 권력으로, 혼자 독점하는 권력으로부터 함께 잘 살게 하는, 나누는 권력으로의 일대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성명서는 “지식인들도 일반인들이 침묵할 때 말해야 하고,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올바른 돈의 철학을 실천하고자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서 채택에 참여한 인사에는 유종호(柳宗鎬) 연세대 석좌교수, 이호왕(李鎬汪) 학술원 회장, 이재후(李載厚) 김&장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헌조(李憲祖) LG그룹 고문, 서경석(徐京錫) 목사, 이세중(李世中) 변호사, 이석연(李石淵) 경실련 사무총장, 손봉호(孫鳳鎬) 서울대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대국민 성명 각계 원로 115인 명단▼

▽대표

김태길(서울대 명예교수·학술원 부회장), 강영훈(전 국무총리·전 도산기념사업회 회장), 김용준(고려대 명예교수), 김태련(이화여대 교수), 노명식(전 한림대 교수), 손봉호(서울대 교수), 원경선(글로벌500 대표), 이호왕(학술원 회장), 정명환(학술원 회원), 한형주(의사)

▽임원

강영만(서강대 교수), 고영신(서울교대 교수), 고봉진(한국일보 감사), 고윤석(서울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 고병익(전 서울대 총장·학술원 회원), 구상(시인·예술원 회원), 곽영훈(환경그룹 회장), 김신일(서울대 교수), 김영진(인하대 교수), 김용덕(서울대 교수), 김은산(홍익대 교수), 김종기(청소년 폭력예방재단 이사장), 김태환(영생고등학교 교장), 김학주(서울대 명예교수), 김후란(시인·여성문학인회 회장), 김혜숙(이화여대 교수), 김규련(전 고교 교장), 김시헌(수필문우회), 김용구(전 언론인), 김종일(가나안 농군학교 교장), 김창규(평화연구원 이사), 김형석(연세대 명예교수), 나영균(이화여대 명예교수), 도재원(거창고 교장), 문국현(유한킴벌리 대표), 민병천(서경대 총장), 박순영(연세대 교수), 박재식(수필문우회), 박준택(중앙대 명예교수), 백운길(전 국회전문위원), 박광작(성균관대 교수), 박범수(서울교대 교수), 박영식(광운대 총장·학술원 회원), 박우회(서울대 교수), 박이문(시인·전 포항공대 교수), 박종삼(숭실대 교수), 신영무(변호사), 서경석(목사·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 송상용(한림대 교수), 송순헌(정신세계원 원장), 신용하(서울대 교수), 송보경(서울여대 교수), 심재룡(서울대 교수), 안나산(계간 인간시대 발행인), 안병욱(숭실대 명예교수), 안병훈(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안상진(전 서울대 교수), 안인희(이화여대 명예교수), 안진오(전남대 교수), 양길승(성수의원·인의협), 양승규(서울대 명예교수), 양호민(전 한림대 교수), 엄정식(서강대 교수), 유경환(한국아동문학교육원장), 유종호(연세대 교수·예술원 회원), 유승국(성균관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 윤명로(서울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 윤병로(성균관대 교수), 윤사순(고려대 교수), 이광형(KAIST교수), 이계경(여성신문사 사장), 이남두(전 대전시장), 이남수(㈜고려임산 대표), 이만열(숙명여대 교수), 이명현(서울대 교수), 이삼열(숭실대 교수), 이석연(경실련 사무총장), 이석영(전북대 교수), 이세중(변호사), 이영희(인하대 교수), 이완재(경북대 교수), 이은화(이화여대 교수), 이재후(변호사), 이초식(전 고려대 교수), 이택휘(서울교대 총장), 이한구(성균관대 교수), 이현청(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이형모(시민의신문사 대표), 이광우(전남대 명예교수), 이귀윤(명지초등학교 교장), 이석희(중앙대 명예총장), 이헌조(LG그룹 고문), 장상(이화여대 총장), 정진홍(서울대 교수·학술원 회원), 전영운(중앙대 교수), 정창용(이화여자고등학교 교장), 조문부(전 제주대 총장), 조중근(휴머니스트회 회원), 주재용(목사·전 한신대 총장), 전택부(YMCA명예총무), 정대현(이화여대 교수), 정병휴(서울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 조요한(전 숭실대 총장·학술원 회원), 차주환(서울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 최영도(변호사), 최대권(서울대 법대 교수), 최현섭(강원대 교수·교육연대 시민운동), 하두봉(서울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 하병권(서울교대 명예교수), 한면희(서울사이버대 겸임교수), 허세욱(고려대 명예교수), 홍강의(서울대 교수), 황경식(서울대 교수), 황병기(이화여대 교수)

<김현숙기자>do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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