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과 카지노는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유휴지 개발 계획에는 골프장과 호텔이 들어선다는 내용이 있을 뿐 카지노에 대한 내용은 단 한 줄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항에 카지노를 설치하겠다는 공항공사의 계획은 문화관광부와 경쟁 업체들의 반대로 이미 지난해 말 백지화됐다. 검찰로서는 수사할 대상이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11일 공사를 기습 방문해 ‘뇌물수수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며 카지노 관련 서류를 가져갔다. 이번 사건은 사실상 인천공항 개항을 전후한 각종 의혹 사건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에 검찰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항 카지노사업은?〓공항공사는 지난해 12월 공항 여객터미널 4층에 환승객을 위한 카지노를 567평 규모로 개설할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카지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올 초 카지노 개설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공사는 카지노를 외부 업자에게 위탁 경영시킬 경우 연간 50억원의 임대료와 사용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만큼 아직도 미련을 두고 있다.
▽왜 백지화됐나?〓문화부와 기존 카지노 업자들의 반대가 가장 큰 이유. 문화부는 지난해 11월 국회 건교위가 의원 입법을 통해 인천공항 환승구역 안에 내외국인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카지노를 설치할 수 있도록 ‘국제공항 서비스 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문화부는 이 법률안에서 ‘공항운영의 효율화를 위한 특례 조항’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조항은 카지노 허가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 관광진흥법 제20조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사실상 카지노 허가권을 문화부 장관의 손에서 공항 운영자와 공항관련 행정기관장에게 넘겨주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 특히 특별법 제정으로 개별법마다 카지노업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면 일관성 있는 정책집행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이 전단장은 카지노 사업과 무슨 관계?〓공사가 카지노사업을 추진하던 지난해 12월 이 전단장의 직책은 건설관리본부장. 공항 건설공사의 전반적인 공정을 관리하는 직책으로 카지노사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또 이 서류를 작성한 양언모 전 사업개발팀장도 공사가 카지노 개설을 추진할 때는 토목팀장이었다.
공사 관계자는 “카지노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카지노 관련 서류를 만들고 보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다 끝난 사업을 두 사람이 무슨 이유로 만지작거렸는지 의아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모든 서류를 다 가져오다 보니 카지노 관련 서류가 묻혀온 것 같다”며 “이 전단장의 방에서 카지노 관련 서류가 나온 것은 공항의 수익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직책이었기 때문에 서류를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른 수익사업은 없나?〓유휴지 개발을 둘러싼 특혜의혹의 이면에는 ‘황금알을 낳는’ 경정사업이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다. 모터보트 경주에 돈을 거는 사업인 경정사업은 지난해 10월경 유휴지와 멀리 떨어진 북측 유수지에서 추진되다가 지금은 보류됐다. 외자 유치 실패와 사행성 조장이란 비난 여론 때문이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