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들어 각종 ‘작은 권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시민들 사이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시민들의 권리 의식이 발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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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화면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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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권리’ 찾기 사례〓1일 대전 대덕구 상서동에서 발생한 ‘식당여주인 인질극 사건’ 때 경찰의 미숙한 대처로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언니를 잃은 송희정씨(38) 자매.
이들은 그 후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사건의 진상을 알리고 경찰의 잘못을 널리 알리고 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준비중이다.
홈페이지에는 지금까지 7만여명의 네티즌이 방문, 이 중 2000여명이 의견을 올렸다. 대부분은 “당연한 권리 주장”이라며 격려를 보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오용현(吳用賢·79)옹은 16년 전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불량보도를 골라내 각 구청과 감사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
오옹은 86년 겨울에 옆으로 기운 빙판 보도에서 넘어져 크게 다친 일을 계기로 시민들의 ‘보행권 찾기’에 매달려 왔다. 지금까지 오옹이 제기한 민원은 800여건으로 상당수가 수용됐다.
대구에 사는 김모씨(29)는 지난해 12월 한국산업인력공단 주최 정보처리 자격시험에 합격했는데도 자동 합격안내전화에서 불합격자로 답해주는 바람에 그 후 4번이나 시험을 더 치러야 했다.
김씨는 뒤늦게 첫번째 시험에서 합격한 사실을 알고 소송을 제기, 올 3월 합의금을 받아냈다.
그런가 하면 충북 청주에 사는 임모씨(40)는 유효기간이 지난 여권의 재발급 수수료는 4500원인데 비해 분실 등에 의한 재발급 때도 신규발급과 같이 4만5000원을 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외교통상부에 산출내용 공개를 요청할 계획이다.
▽시민단체 활동 영향〓이 같은 시민들의 ‘작은 권리’찾기 움직임에는 몇 년 전부터 부쩍 힘을 얻기 시작한 시민, 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유형 무형의 지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가령,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올 초부터 이색적인 소송을 진행중이다.
아파트 주민들이 한국전력이 부담해야 할 단지 내 변전시설 설치 및 유지보수 비용을 부담하고도 일반주택과 똑같이 비싼 요금체계를 적용 받아온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서구 월평동 은하수아파트 입주자 24명을 내세워 부당하게 납부한 전기료 1048만원의 반환소송을 진행중이다.
대전 서구 황실아파트 주민들도 시민단체들의 도움으로 “단지 내 공중전화의 경우 이익금을 한국통신이 가져가면서도 공중전화 부스의 전기료는 주민들이 부담하고 있다”며 대응방안을 모색중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장 이현주(李賢柱·43) 변호사는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무시해 왔거나 외면해 온 권리 가운데 찾아서 누려야 할 권리는 수없이 많다”며 “주변에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대전〓이기진기자>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