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대표단 내분 가열]"우리가 통일의 싹 짓밟고 있다"

  • 입력 2001년 8월 17일 18시 23분


심각한 대표단
심각한 대표단
평양 ‘8·15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이 일부 인사들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행사 참석으로 인한 내분과 여론의 비난 속에서 고민하고 있다.

개막식 참석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남북 민간교류가 위축될 소지가 많고, 내년 서울대회에 북측 인사를 참석시키려는 남북간 협의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며, 참가 단체들간에도 ‘앙금’이 남아 통일운동도 분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민간교류의 흐름마저 끊기나 걱정〓남측 추진본부의 한 관계자는 “통일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그나마 남북간에 실낱같은 민간교류의 흐름마저 끊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한 관계자도 “우리가 통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지금 조그만 통일의 싹을 짓밟아버리고 있다”며 “이럴 거라면 차라리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16일 밤 늦게까지 고려호텔에서 열린 지도부회의에 참석한 뒤 “우리는 통일의 역적”이라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남측 대표단은 또 이번에 평양에 와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비난 여론만을 안고 귀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내심 초조해 하고 있다.

남북은 그동안 실무접촉을 통해 내년 8·15 서울행사에 북측이 참석하기로 구두 합의한 뒤 폐막식에서 이를 발표키로 했으나, 남측이 폐막식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이런 합의가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 북측도 남측 대표단이 대표단 자격으로 개·폐막식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쉽게 가라앉지 않을 앙금〓향후 일정을 놓고도 논란이 계속됐다. 200여개 단체로 구성된 대표단이 제각각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대표단은 당초 통일축전이 끝나면 21일까지 묘향산 백두산 관광 등을 할 계획이었지만 파문이 커지면서 한때 ‘조기 귀환하자’는 쪽과 ‘예정대로 강행하자’는 쪽으로 첨예하게 갈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개막식 참석과 폐막식 직후 경축 야회 참석을 놓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까지 빚어졌다.

개막식 참석자들은 “지도부가 각서를 쓰고 방북 승인을 받은 줄 몰랐다” “정부가 기념탑 부근에서 열리는 행사는 참관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방북을 승인했다”고 주장한 반면, 추진본부측은 “통일연대 등 일부 인사들이 정부와의 신의를 어겼다”고 비난했다.

추진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는 서울에 돌아가더라도 서로간에 불신만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영식기자·평양〓공동취재단>spear@donga.com

▼김종수 대표는 누구▼

평양대축전 남측 추진본부 대표인 김종수(金宗秀·47·사진) 신부는 96년 10월부터 천주교 최고의결기관인 주교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해 왔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해 일본총리에게 서한을 보내고, 교황에게 북한 방문을 권유하는 등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천주교 관계자는 “주교회의의 ‘화해와 나눔의 정신’을 중시한다”며 “김 신부는 천주교 주교들의 결정에 따라 활동을 벌이는 실무역이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82년 사제 서품을 받고 로마에 유학한 뒤 서울교구 공덕동 본당 주임신부를 거쳐 가톨릭대 신학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