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참석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남북 민간교류가 위축될 소지가 많고, 내년 서울대회에 북측 인사를 참석시키려는 남북간 협의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며, 참가 단체들간에도 ‘앙금’이 남아 통일운동도 분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민간교류의 흐름마저 끊기나 걱정〓남측 추진본부의 한 관계자는 “통일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그나마 남북간에 실낱같은 민간교류의 흐름마저 끊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한 관계자도 “우리가 통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지금 조그만 통일의 싹을 짓밟아버리고 있다”며 “이럴 거라면 차라리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16일 밤 늦게까지 고려호텔에서 열린 지도부회의에 참석한 뒤 “우리는 통일의 역적”이라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남측 대표단은 또 이번에 평양에 와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비난 여론만을 안고 귀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내심 초조해 하고 있다.
남북은 그동안 실무접촉을 통해 내년 8·15 서울행사에 북측이 참석하기로 구두 합의한 뒤 폐막식에서 이를 발표키로 했으나, 남측이 폐막식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이런 합의가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 북측도 남측 대표단이 대표단 자격으로 개·폐막식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쉽게 가라앉지 않을 앙금〓향후 일정을 놓고도 논란이 계속됐다. 200여개 단체로 구성된 대표단이 제각각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대표단은 당초 통일축전이 끝나면 21일까지 묘향산 백두산 관광 등을 할 계획이었지만 파문이 커지면서 한때 ‘조기 귀환하자’는 쪽과 ‘예정대로 강행하자’는 쪽으로 첨예하게 갈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개막식 참석과 폐막식 직후 경축 야회 참석을 놓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까지 빚어졌다.
개막식 참석자들은 “지도부가 각서를 쓰고 방북 승인을 받은 줄 몰랐다” “정부가 기념탑 부근에서 열리는 행사는 참관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방북을 승인했다”고 주장한 반면, 추진본부측은 “통일연대 등 일부 인사들이 정부와의 신의를 어겼다”고 비난했다.
추진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는 서울에 돌아가더라도 서로간에 불신만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영식기자·평양〓공동취재단>spear@donga.com
▼김종수 대표는 누구▼
평양대축전 남측 추진본부 대표인 김종수(金宗秀·47·사진) 신부는 96년 10월부터 천주교 최고의결기관인 주교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해 왔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해 일본총리에게 서한을 보내고, 교황에게 북한 방문을 권유하는 등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천주교 관계자는 “주교회의의 ‘화해와 나눔의 정신’을 중시한다”며 “김 신부는 천주교 주교들의 결정에 따라 활동을 벌이는 실무역이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82년 사제 서품을 받고 로마에 유학한 뒤 서울교구 공덕동 본당 주임신부를 거쳐 가톨릭대 신학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