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긴급감청 남발…97년부터 4년간 1529건

  • 입력 2001년 8월 23일 18시 33분


휴대전화 서비스업체가 긴급감청 확인서 없이 수사기관의 임의감청 요구에 수시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용자의 음성사서함은 물론 비밀번호까지 수사기관에 알려줘 사실상 언제라도 통화내용을 엿볼 수 있게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수사기관이 법원의 확인 없이 긴급감청을 했다가 중지 당한 횟수가 1997∼2000년 전체 긴급감청 건수의 60.7%에 달한 것으로 집계돼 긴급감청이 남발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사실은 23일 정보통신부가 국회 예결위 소속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SK텔레콤 KTF LG텔레콤 SK신세기 등 휴대전화 서비스 4개사는 98년 2월부터 99년 12월까지 모두 32차례에 걸쳐 긴급감청 확인서도 받지 않고 수사기관에 감청집행을 협조해줬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음성사서함 감청시에는 사업자가 내용을 녹취해 수사기관에 제공해야 하는데도 이를 어기고 아예 비밀번호를 알려주기도 했다. 업체들이 음성사서함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은 97년∼99년 6월 말까지 2288차례나 됐다.

또 97∼2000년의 전체 긴급감청 건수는 1529건으로 이 가운데 60.7%인 928건이 허용시간(36시간, 99년 말 이전 48시간) 이후 뚜렷한 이유 없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감청은 영장을 받을 여유가 없을 때 검사의 지휘서나 국가정보원장의 조정서를 제출, 먼저 감청을 실시하고 36시간 이내에 영장을 받도록 하는 제도. 그러나 수사기관들은 이 같은 조항을 악용해 허용시간 동안 무차별 감청을 하면서 영장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수사기관의 긴급감청 협조요청자의 직급제한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고 서울지역 45개 전화국 중 44곳이 감청허가서 사본을 보관하지 않는 등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한·김정훈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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