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북한 김철수로 보기 어렵다"

  • 입력 2001년 8월 23일 19시 01분


독일 뮌스터대 송두율(宋斗律)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주장은 진실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6부(하광호·河光鎬 부장판사)는 23일 송 교수가 “허위주장을 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밝히고 황씨의 명예훼손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송 교수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 황씨에게 배상책임을 지우지 않았다.

재판부는 “송 교수가 김일성을 면담하고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는 등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친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김철수’라는 주장을 입증할 증거는 없다”며 “국가정보원의 사실조회 결과도 뚜렷한 근거가 없거나 부족해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황씨의 주장이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리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되고 본인이 주장 내용을 진실한 것으로 믿고 있었던 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도 있다고 보이는 점 등으로 볼 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황씨가 98년 국정원 산하 통일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북한의 진실과 허위’라는 책에서 ‘송 교수는 김철수라는 가명을 가진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주장하자 소송을 냈다. 현재 독일에서 활동중인 송 교수는 3년여 동안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판출석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으나 국정원이 ‘준법서약서’ 작성을 요구해 끝내 입국하지 못했다. 한편 임동원 통일부장관은 국정원장 시절인 4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송 교수가 김철수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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