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측이 ‘상도’(최인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TV 드라마)를 우리 지역에서 찍겠다고 제의해 왔지만 거절했습니다. 얼마나 관광수입을 올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재정적인 부담도 너무 크고….”
“우리에게도 제의가 있었습니다. 세트장 건립에 드는 비용의 절반을 자치단체한테 부담시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닙니까.”
충북도 관계자는 “TV 촬영장 유치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며 “앞으로 그런 제의가 있으면 서로 정보를 교환해 함께 대처하자”고 당부했다.
그동안 TV 드라마 촬영을 위한 세트장 건립은 관광객 유치 및 관광수입 증대로 이어져 지역주민들의 환영을 받아왔으나 최근에는 이 같은 등식이 깨지면서 자치단체들이 촬영장 유치를 놓고 고민 중이다. 방송사들이 촬영장 조성비의 상당 부분을 자치단체에 요구하는 관행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TV 드라마 촬영지의 명암〓충북지역에서 TV 드라마 촬영장을 유치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제천시. KBS의 ‘태조 왕건’ 해상 세트가 들어선 지난해 3월부터 하루평균 평일 1000여명, 주말 3000명 가량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태조 왕건’의 메인 세트가 들어선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 도립공원에는 연인원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렸다.
이 때문에 한동안 자치단체들은 TV드라마 촬영장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MBC 사극 ‘홍국영’의 경우 사정이 달랐다.
‘홍국영’은 올 3월 촬영이 시작된 이후 촬영장인 충주시 살미면 재오개리를 찾은 관광객은 하루평균 평일 200∼300명, 주말 1500여명선. 당초 시가 예상했던 평일 500명, 주말 3000명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홍국영’ 이후 자치단체들은 TV 드라마 촬영장 유치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진천군과 옥천군은 최근 MBC측의 ‘상도’ 촬영장 건립 제의를 거절했다.
결국 상도 촬영장 중 하나는 충남 금산으로 확정됐으나 이번에는 군의회에서 논란이 됐다. 군의회 관계자는 “관광객 유치에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아 한달 동안 결정을 유보해오다 MBC측이 당초 지원을 요구한 세트장 조성비 2억5000만원 가운데 1억원을 삭감해 확정했다”고 말했다.
▽방송사측의 무리한 요구〓진천군과 옥천군 등이 ‘상도’ 촬영지 조성을 거절한 것은 방송사측의 지나친 요구 때문.
‘상도’의 경우 방송사측이 이들 자치단체에 요구한 지원액은 10억여원으로 전체 조성비 20억여원의 절반에 달한다. 또 이 방송사가 같은 드라마의 촬영지 조성비로 당초 금산군에 요구한 액수는 2억5000만원으로 전체 조성비(4억3000만원)의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충주시의 경우 세트장 조성비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5억여원을 지원했다가 “이렇다 할 관광효과도 없는 사업에 예산을 낭비했다”는 안팎의 지적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제천시도 세트장 조성에 12억원을 썼으나 1년 반 가량이 지난 지금까지 벌어들인 직접 회수비는 주차료 3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또 방송사가 촬영장 건립을 위해 진입도로 개설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나친 요구라는 지적이 많다. 제천시는 농지전용 허가도 나기 전에 ‘태조 왕건’ 촬영장 진입도로를 개설했다 지난해 말 충북도의 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촬영장 조성이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방송사가 드라마 제작비용의 상당부분을 자체단체에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청주〓지명훈·장기우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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