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전 대구고검장 문답]"사필귀정…일단 검찰로"

  • 입력 2001년 8월 24일 18시 29분


24일 대법원의 승소 확정판결로 ‘항명파동’ 이후 2년7개월여 만에 고검장 신분을 회복한 심재륜(沈在淪) 전 대구고검장은 결과를 예상했느냐는 첫 질문에 “(검찰을) 짝사랑해왔다”는 한마디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엄격한 신분보장이 요구되는 판검사의 지위는 행정권의 자의적 결정이나 강요에 의해 함부로 침해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역사적 판례라고 생각한다. 사필귀정이 아니겠는가.”

-지금 소감은….

“기쁜 동시에 서글픈 생각도 든다. 잃어버린 세월을 누가 책임지며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는가. 서열에 상응하는 자리조차 없는 상황이다. 만감이 교차한다.”

-회복된 고검장의 지위를 앞으로 어떻게 할건가.

“지금까지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후속조치를 지켜본 뒤에 신중히 결정하겠다. 그러나 검찰의 신분보장이라는 상징성 등을 따져볼 때 일정기간은 검찰로 돌아가 자리를 지키는 게 옳다고 본다. 이것이 검찰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작은 책무이자 도리다. 다만 일정기간 근무하고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자리를 떠날 것이다. 그 기간은 길어서도 안 되고 짧아서도 안 된다.”

-복직 결정에 대한 주변의 의견은….

“일단 검찰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명예가 회복된 것으로 충분하지 않느냐고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판결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검찰로 돌아간다고 해서 조직의 안정을 해치거나 후배 검사들의 신분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항명파동 당시 지적했던 ‘정치검사’를 보는 시각과 소신은 여전한가. “변함이 없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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