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도 많고 많다. 8월 부용 군자용, 만당추수 홍련화, 암향부동 월황혼….’
송씨의 둘째딸 수희(秀姬·16·전주예고 1학년)양이 ‘할머니’ 가족을 환영하면서 판소리 심청가 중 ‘화초타령’을 불렀다. 뮤지컬 가수인 수지씨의 둘째딸 로라 스텐버그(22)는 한국의 ‘오빠 가족’을 위해 뮤지컬 ‘Crazy For You’ 중 ‘Someone to Watch over Me’를 답가로 불렀다. 이 노래는 ‘There’s a Saying Old, Says That Love Is Blind…(속담에 사랑은 눈먼 것이라고…)’로 시작된다.
마을 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판소리, 가야금 명창, 가야금 산조, 풍물놀이 등이 펼쳐졌다. 마을 주민 소진순(蘇眞淳·60)씨는 “마을이 생긴 이래 이렇게 귀한 손님은 없었다”면서 반가워했다. 황씨와 수지씨의 인연은 62년 국제어린이 후원단체인 플랜코리아의 주선으로 시작됐으며 수지씨는 어렵던 황씨를 후원해 왔다.
송씨의 친어머니 권복달(權福達·81)씨와 아내 황옥석(黃玉石·44)씨가 마련한 점심 식사에 수지씨 가족은 ‘nice(맛있다)’를 연발했다. 황씨는 파란눈의 ‘시어머니’에게 더없이 깍듯했다. 수지씨 가족은 우리 음식의 이름을 몰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홍어회’는 좀 맵지만 ‘잡채’는 정말 맛있어요”라고 말했다. 송씨는 수지씨 가족에게 일일이 젓가락 사용법, 국과 반찬을 먹는 방법을 알려줬다.
파티장 뒤로는 2만여평에 이르는 농장이 펼쳐졌고 1000여그루의 각종 나무와 잔디가 심어져 있었다. 송씨는 과거 자신을 돌봐준 ‘수지 어머니’에게 거듭 감사했다.
“당신의 사랑이 없었다면 이 농장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당신의 농장이기도 합니다.”
대학 풍물패 ‘ㅱ풀이’ 동료들과 수지씨 가족에게 판굿을 준비한 송씨의 큰딸 수정(水晶·20·원광대 식물자원과학부는 원예과)씨는 “아빠의 은인을 말로만 듣다가 막상 만나보니 너무 반가웠다”면서 “외국인이지만 처음 본 사람 같지 않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송씨 가족은 선물로 전주의 한지공예품 등 전통 특산물을 마련했다. 수지씨 가족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프로야구팀인 카디널스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세인트루이스 도심 전경이 새겨진 찻잔을 꺼내 선물로 건넸다. 세인트루이스가 표시된 지구본 모양의 요지경도 건넸다.
만화경을 들여다보던 송씨가 “당신(수지씨) 가족 사진을 안에 넣었다면 보고 싶을 때 볼 텐테 아쉽다”고 말하자 수지씨는 “가족사진이 담긴 만화경을 보내겠다”고 답했다. 이들 가족은 밤새워 그동안의 가족사를 이야기했다.
이에 앞서 수지씨 가족은 25일 오후 8시 인천국제공항에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송씨 가족과 만났다. 수지씨는 송씨와 1분 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 포옹한 뒤 수지씨는 남편 게리 박서 프랭켈과 4명의 자녀를 소개했다. 수지씨는 “It’s a dream(이것은 꿈이다)!”이라고 말문을 연 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미국에서 배운 서툰 한국말로 인사했다.
수지씨 가족은 2박3일 동안 송씨 집에 머문 뒤 28일 서울로 가 잠실운동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용인민속촌, 서울시내 관광 및 쇼핑 등을 한 뒤 9월 1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익산〓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