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4일만 가는 게 낫다.”
한국에서 주 5일 근무제와 초등학교의 주 5일 수업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지금 주 4일 수업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한창이다. 일간지 르피가로가 23일 한 면을 털어 주 4일 수업 찬반론을 소개하는 등 주 4일 수업제는 초등학교 개학철을 맞아 프랑스 국민과 언론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전통적으로 수요일과 일요일에 쉬고 토요일에는 등교하는 주 5일 수업제를 시행해왔다. 그런데 1991년부터 각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토요일까지 쉬는 4일 수업이 허용되자 이 방식을 택하는 학교가 점점 늘어난 것. 지금은 프랑스 초등학교의 3분의 1 가량이 주 4일 수업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된 터라 대부분의 프랑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토요일에 쉬는 것을 선호한다. 토 일요일에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데다 토요일에 아이를 등하교 시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
파리의 학부모연합회 코린 타피에로 회장은 “어린이들에게는 학교생활말고도 가정의 삶이 있다”며 “학교가 가정의 삶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토요일에 쉬는 4일 수업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에 따라 재구성된 가정이 많은 프랑스에서 양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쉬는 토요일에 ‘스킨십’ 등을 통해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반면 일각에서는 주 4일 수업제가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들을 위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4일 수업을 시행하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쉬는 토요일 오전에 고작 부모와 함께 슈퍼마켓에 가는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어떨까. 4일 수업제를 선호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연간 법정수업시간(936시간)이라는 복병이 있기 때문. 토 일요일 이틀 동안 푹 쉬고 싶다는 교사가 있는 반면 법정수업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방학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바캉스 기간이 짧아진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교사도 있다.
이미 4일 수업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교육 효과를 우려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 교사는 “주말 48시간 동안 학교에서 단절된 아이들을 다시 수업 분위기로 이끌어야 하는 월요일은 교사들에게 최악의 날이다”고 말했다.
법정수업시간을 맞추기 위해 방학을 늦추거나 개학을 앞당길 경우 그 기간엔 사실상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린이의 생활 리듬’이라는 책을 펴낸 심리학자 프랑수아 테튀는 “잠이 부족한 어린이들을 고려해 주당 수업일수 조정보다는 아침 8시반까지의 등교시간을 늦춰 주는 등 하루의 리듬에 신경을 써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