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 등 재야법조계에서는 법원과 검찰 조직의 비대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승격 추진상황〓대법원은 최근 서울지법 산하의 동부 남부 북부 서부지원을 지방법원으로 승격시키기로 하고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대법원은 4개 지원을 지법으로 승격시킬 경우 이에 상응하는 검찰 업무를 수행하는 서울지검 산하 동부 남부 북부 서부지청의 지방검찰청 승격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이 문제를 법무부와 협의 중이다. 법무부도 이에 동의하고 지검 승격을 함께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또 최근 법원행정처 실무자를 대한변협과 서울변호사회에 보내 이 같은 방안을 설명하고 재야법조계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했다. 대법원은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가 끝나는 대로 법무부를 통해 이르면 이번 정기국회에 관련 법률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승격추진 이유에 대해 “서울지법 산하 4개 지원의 관할구역과 업무가 너무 비대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서울지법 남부지원의 경우 지방법원 중에서도 규모가 큰 대구지법 본원보다도 관할과 업무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주민들에 대한 사법서비스 편의를 위해서도 본원승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무엇이 달라지나〓4개 지원이 지법으로 승격되면 서울 시내 해당지역 시민들의 재판 관할이 바뀐다.
법원조직법상 지원에는 판사 한 명이 재판하는 단독사건(민사의 경우 소송가액이 1억원 미만인 사건, 형사사건은 단기 1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사건 등)의 항소심 재판을 맡는 항소부를 둘 수 없다. 따라서 이들 4개 지원 단독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하면 서울지법 본원 항소부로 가야 한다.
따라서 이들 4개 지원이 지법으로 승격되면 해당지역 주민들은 먼 곳에 있는 서울지법까지 갈 필요 없이 자기 지역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72만여건의 민사 1심 사건 가운데 판사 3명이 재판하는 합의부 사건은 5.5%에 불과했으며 단독 및 소액사건이 94.5%를 차지했다. 검찰의 수사업무도 법원과 똑같이 관할지역이 바뀌게 된다.
또 법원과 검찰의 조직도 크게 변해 지방법원이 현재 14개(서울가정법원과 행정법원 포함)에서 18개로 늘어난다. 검찰의 경우 지검이 12개에서 16개로 늘어난다.
▽재야 법조계 의견〓대한변협 관계자는 “지원과 지청의 승격은 실익이 별로 없으며 법원과 검찰의 고위직 자리를 늘리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은 교통수단이 좋아 지금처럼 해도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지 않는다”면서 “승격이 이뤄지면 지법원장과 지검장, 사무국장 등 여러 고위직이 신설되는 등 조직과 예산의 낭비요인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법원과 검찰 조직은 비대해지는 반면 재야법조계의 가장 큰 조직인 서울변호사회가 5개의 작은 단체로 쪼개질 우려가 있다”며 “조만간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공식 의견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