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총장 맹원재·孟元在)는 27일 ‘후배 학생들의 장학금에 써달라’며 2억1000만원을 익명으로 출연한 뒤 7월13일 위암으로 숨진 이춘달(李春達·57)씨에게 이달 22일 후기 졸업식에서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1964년 건국대 정외과에 입학한 뒤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해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이씨가 처음 건국대에 장학기금 1억원을 온라인으로 송금한 것은 99년 10월경. 당시 익명을 원하는 독지가의 뜻을 헤아려 신원확인을 하지 않았던 건국대 장학복지과는 올 1월 또다시 1억1000만원의 거금이 들어오자 감사 표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씨를 수소문해 찾아냈다.
카메라 부품 제조업체인 영하산업의 창업주인 이씨는 이름을 공개하자는 건국대측의 요청에 “이름을 밝힌다면 장학금 출연의 의미가 없어지고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끝까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가족들은 “남을 도울 때마다 좋은 일은 너무 알려져서는 안된다며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며 “올초 위암 투병을 시작한 뒤에도 후배들을 위해 ‘건국용마의숙’이라는 새 장학회까지 세우겠다며 분주히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이씨는 80년대 미국 출장 중 아프리카 르완다의 고위층과 알게된 인연으로 르완다 반군과 정부군간의 화해를 주선하기도 했으며 92년엔 이 나라의 명예영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