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로서 새 학기가 되면 학생들에게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조선이 망한 연월일을 아는 사람?” 벌써 4∼5년 정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질문을 던지지만 정확히 답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중고교 교육용 한자를 보자.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수의 교육용 한자를 지정했다. 그러나 한국은 특별한 의미 부여 없이 1800자를 지정했지만 일본은 1945자를 지정했다. 그 의미는 놀랍게도 ‘잊지 말자! 패전의 1945년을’이다. 머리카락이 곧추 서는 무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을 보자. 그들은 지금도 출애굽의 기념일인 유월절이 되면 3500년 전 탈출하며 먹었던 이스트를 넣지 않은 빵 등을 꼭 먹는다고 한다. ‘맛없는 음식을 먹으며 쓰라린 과거를 되새기고 다시는 다른 민족의 압제를 받지 않는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다. 이스라엘 군인은 누구나 ‘마사다’라는 장소에 가서 선서를 한다. ‘마사다’는 70년 경 960여명의 유대인이 로마군에 맞서다 모두 자결한 비극적인 유적이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이곳에서 다시는 외적에 정복당할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진다.
우리는 어떤가. 6차 교육과정에서 국사과목을 사회과목 밑에 종속시키면서 주당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였고, 7차 교육과정에서는 국사에서 고대 중세사와 근 현대사를 분리해 근 현대사를 선택과목으로 바꿨다. 200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입시 과목이 더욱 줄어들고 모든 것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니 국사 교육은 더욱 황폐해질 것이다.
우리 자신은 얼마나 역사를 바로 가르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다시 신발 끈을 단단히 매야 할 시기이다.
이정호(서울 신수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