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곳곳에 비치할 대형 화분에 나무를 심었다. 이름은커녕 얼굴도 몰랐던 이웃 주부 30여명과 함께 일했다. 누군가가 커다란 양푼에 보리밥을 비벼 내왔고 서로 맛있게 나눠 먹었다.
삭막한 콘크리트숲에서 예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훈훈한 인정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은 작은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를 안방에서 TV로 시청하고 있다. 생중계는 물론 재방송도 전용채널을 통해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민들은 아파트 사정을 훤히 꿰뚫게 됐다. 이후 주민들은 아파트단지 내 크고 작은 일을 함께 해나가게 됐다.
안씨는 “모든 게 알려지고 공개되면서부터 주민들이 서로 믿으며 ‘사는 맛’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6개동 509세대 규모의 이 단지는 유선방송 채널 가운데 2개를 사용하고 있다. 한 채널은 어린이놀이터 CCTV 전용으로 사용하고 다른 한 채널은 입주자대표회의 중계에 쓰고 있다. 캠코더 하나만 준비하면 가정과 유선방송을 연결하는 모듈레이터를 거쳐 생생하게 회의 장면이 전달되는 것.
첫 방송은 7일 녹화한 임시회의. 이틀 동안 하루 두 차례씩 재방송을 해 주민들 대부분이 단지 소식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방송은 20일 오후에 있었던 입주자대표 정기회의 생중계였다. 각 학원 셔틀버스의 단지출입 금지 건의 찬반투표, 놀이터 안전시설 확충건의 등 모든 회의 과정을 주민 누구나 TV를 통해 지켜볼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은 막연하게 의심을 품고 있던 아파트 관리에 대해 짧은 시간 내에 신뢰를 갖게 됐고 자발적으로 크고 작은 일에 참여하게 된 것.
이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 서원현 회장(44)은 “큰 힘들이지 않고 주민들의 참여의식을 높이는 효과를 거둬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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