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증인소환 검찰 공권력 남용

  • 입력 2001년 8월 30일 18시 45분


검찰이 구속 수감중인 증인에 대해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수시로 검찰청사로 소환한 것은 공권력 남용으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金榮一 재판관)는 30일 경성비리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의원에 대한 수사와 재판 도중 검찰이 증인을 회유 압박하기 위해 1년간 거의 매일(주말 및 휴일 제외) 소환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8명의 다수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정 의원은 ㈜경성의 대표인 이재학씨에게서 사업과 관련된 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98년 9월 기소됐으며 당시 검찰은 구속 수감중인 이씨를 그해 9월4일부터 다음해 7월20일 사이에 추가조사 등의 명목으로 200일간 소환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조사목적 외에 이씨가 정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번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회유 압박하거나 정 의원측이 이씨에게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씨를 자주 소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나 피고인 모두 증인에게 접근할 기회가 공평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며 “검사가 증인과의 접촉을 독점하거나 상대방 피고인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러나 이 결정이 정 의원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 이씨 진술의 신빙성 여부 등은 대법원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당시 수사검사는 “헌재의 결정은 겸허하게 수용하지만 결정내용 가운데 피고인(정 의원)이 구속중인 증인(이씨)을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수사와 재판의 원칙과 관행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7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4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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