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분류 보류'위헌결정]모든 영화 '무제한 상영'길터

  • 입력 2001년 8월 30일 23시 34분


영화에 대한 사실상 ‘사전검열’이라는 논란을 빚어온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상영등급 분류 보류’ 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영화계는 물론 문화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30일 헌법재판소가 영화 ‘둘 하나 섹스’의 제작배급사 ‘인디스토리’ 대표 곽용수씨가 낸 위헌제청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영화진흥법 제21조 4항이 위헌 판정을 받았다. 이 조항은 ‘폭력 음란 등의 과도한 묘사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을 때’ 영화 등급을 보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현행 영화진흥법상 등급이 없는 영화는 극장 상영이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영화는 물론 비디오, 게임 등 각종 영상물에 대한 사전 ‘여과기능’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논리적으로 별도의 등급이 생기기 전까지 ‘18세 이상 관람 가’가 가장 제한적인 등급이 되게 됐다. 모든 영화는 등급을 부여받게 됐고 극장이 원한다면 무제한 상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다만 사후 형법 상 음란물 배포죄 등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영화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이번 결정을 사전검열을 폐지한 조치로 환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인디스토리’ 측은 “헌재의 이번 결정을 통해 등급보류 조치가 과거 검열과 다를 바 없음이 확인됐다”면서 “화면과 음질을 보완해 등급위에 등급판정을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평론가 조희문 교수(상명대)는 “유해 영상물이 청소년에게 직접 노출됨에 따라 형사 고발된 적이 있는 ‘거짓말’의 경우처럼 앞으로 영상물을 둘러싼 법정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김수용 위원장은 “제한상영관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한 영화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라면서 “‘등급보류’가 없어진 대신 ‘제한상영가’ 등급이 신설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측은 “완전등급 분류제의 실시와 청소년 보호를 위해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만 상영하는 제한상영관 도입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위헌제청 신청을 낸 ‘둘 하나 섹스’ 외에도 ‘거짓말’ ‘노랑머리’ 등이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전례가 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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