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기준 완화로 화장장 예정부지에 대한 서초구의 개발허가 제한권한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화장장 건립에 대한 공람공고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예상보다 더 격렬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안팎의 상황이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
▽말 바꾼 중앙정부〓건설교통부는 31일 국토연구원이 제출한 ‘광역도시권 그린벨트 해제안’에서 우선해제 대상인 집단취락의 조건이 현재 300가구 이상에서 100가구 이상(수도권 기준)으로 낮춰져 100여가구가 몰려 있는 원지동 일대가 우선해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당초 이 지역이 환상(環狀)구조로 형성된 그린벨트 골격을 유지하기 위해 시 경계에서 2㎞ 이내에 있는 그린벨트는 보존한다는 ‘조정기준’에 걸려 해제가 불가능했지만 예외규정인 집단취락에 새로 편입됐기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예외규정에 지역 현안사업이나 광역시설 건설 예정지도 해당되기 때문에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원지동 일대가 유력한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가 된다고 덧붙였다.
임성안(林成安) 건교부 도시관리과장은 “기준이 바뀐 만큼 광역도시계획협의회를 통해 원지동 일대의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힘 얻은 서울시〓건교부의 그린벨트 해제기준 완화방침에 ‘표정관리’를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조치로 원지동 일대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상 그린벨트 내 행위 허가권을 갖는 서초구가 화장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없어져 서울시 주도로 화장장 건설이 가능해지기 때문.
문승국(文承國)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원지동 화장장 부지는 지역 현안사업인 데다 광역시설인 만큼 그린벨트 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그린벨트 해제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 구청장에게만 그린벨트 내 행위 허가권을 부여한 특별조치법의 개정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결사 항전 태세의 서초구〓화장장 예정부지가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더라도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화장장 건설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조남호(趙南浩) 서초구청장은 “정확한 경위는 좀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원지동 일대가 설사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더라도 환경훼손을 우려해 3년간 개발행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도시계획법 규정에 따라 제한고시를 서두르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될까〓화장장 예정부지가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더라도 서울시 의도대로 곧바로 착공에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10일부터 2주간 계속된 공람공고에서 주민 5만3000여명이 화장장 건립 반대의견을 낼 정도로 주민 반발이 거세다. 7일 서울시 주최로 열리는 2차 주민설명회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 서초구가 서울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착공에 필요한 각종 행정절차가 연쇄적으로 늦어질 공산도 크다. 여기에다 그린벨트 해제과정에서 환경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내년 상반기 중 착공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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