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 텍사스촌 일대 건물주 10여명은 지난달말 ‘천호동 423 주택조합추진위’를 결성, 윤락가를 자진 철거하고 3000여평의 부지에 아파트 단지를 짓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추진위는 이미 아파트 단지 건설 시공사를 선정한데 이어 조만간 주택조합을 결성해 빠르면 올해 안으로 건물 철거와 함께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천호동 텍사촌 건물주들이 ‘업종 변경’에 나선 것은 96년부터 본격화한 강동구청과 강동경찰서의 ‘고사(枯死)작전’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 이 때문에 80년대 중반 윤락업소가 2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성황을 누렸던 이 곳은 현재 60여개만이 남아 간신히 명맥만 이어오고 있는 상태다.
추진위의 최금식씨(67)는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영업을 포기하는 윤락업소의 수가 늘고 남아 있는 업소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데다 흉가로 변해 버린 건물이 많다”며 “그대로 둘 경우 상권을 회복할 방법이 없고 천호동의 이미지만 더 나빠질 것 같아서 자체적으로 주택조합추진위를 결성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울에 윤락가가 많은데 이 곳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건물주들과 윤락업주들이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된 이 일대를 서울시의 용도변경 허가를 받아 상업지역으로 전환해 대규모 상가와 관광타운으로 조성한다는 당초 계획은 서울시의 벽에 부닥쳐 무산됐다. 도시기본계획과 맞지 않고 이 지역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확인한 건물주들은 이번에 주거용 아파트 단지 건설이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강동구청의 한 관계자는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윤락가를 철거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그러나 이 곳은 일반주거지역으로 돼 있어 용적률을 올리지 않을 경우 아파트를 짓더라도 수익성이 없어 재건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강동구청은 천호동 텍사스촌의 특수성을 고려, 준주거 또는 근린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 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한 상태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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