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화성-오산시 '땅따먹기' 공방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57분


경기 화성시와 오산시 간에 통합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동일 생활권인 화성시 동탄면을 편입해야 한다”는 오산시의 ‘소통합론’에 대해 화성시는 “우리가 오히려 오산시를 흡수 통합하는 것이 행정능률을 높일 수 있다”는 ‘대통합론’으로 맞서고 있다.

▽‘동탄-오산’ 통합〓두 지역 간 통합공방은 89년 오산시가 화성군에서 분리된 이후 잠재돼 오다 화성군이 시로 승격(올 3월)하기 전인 작년 11월 화성군청이 오산시에서 화성군 남양면으로 옮아가면서 불거져 나왔다. 동탄지역과 군청과의 거리가 30여㎞로 멀어졌기 때문.

올 2월 오산시민 주축으로 ‘동탄-오산 통합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통합문제가 정식 거론됐다. 이들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육, 경제, 문화 등 같은 생활권인 동탄면을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탄면 주민들도 4월 같은 이름의 위원회를 결성, 오산시민의 주장에 화답했다. 위원회는 동탄주민 4300명의 서명을 받아 행정자치부, 청와대 등 17개 기관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오산시 관계자는 “2005년 동탄신도시가 조성돼 다시 인구가 12만명가량 늘어나도 동탄지역에 대한 화성시의 예산지원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동탄면과 화성시 태안읍, 정남면 일부를 오산시에 편입하면 체계적인 발전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화성-오산 시세▼

 화성시오산시 동탄면
면적 687.53㎢42.76㎢52.72㎢
인구20만2000명11만3000명1만1000명
연간예산3150억원1230억원153억원(세수)

▽‘화성시-오산시’ 통합〓동탄-오산 통합론이 불거지자 화성시가 발끈하고 나섰다. 7월 시의원과 사회단체장들은 ‘화성-오산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화성과 오산은 1000년 이상 일체감을 공유했던 지역으로 두 자치단체가 통합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들은 “공설운동장과 시민회관, 분뇨처리장 등 기반시설을 함께 사용하면 중복투자 방지 등 예산을 줄일 수 있고 행정능률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화성시측은 화성시청이 멀어 동탄지역 주민들이 불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태안읍에 동부출장소를 설치해 대부분 시청의 사무가 위임됐기 때문에 별다른 불편이 없고, 동탄지역 인구증가와 관련해서는 행정력을 늘리면 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통합공방은 양 지자체의 세수(稅收)확보와 영토 확장욕에 따른 다툼일 뿐 주민들의 의사는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

15대 국회 때 의원들이 발의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제13조 주민투표)은 행정구역 조정 때 주민들의 의사를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보류되고 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진정한 주민의 뜻을 수렴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법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화성·오산〓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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