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피폭단체와 양심적인 정치인, 시민단체는 5000여명의 재외 피폭자들과 함께 이 판결을 전폭적으로 지지 환영했다. 그러나 6월 5일 일본 후생성과 오사카 지방정부는 세금을 내지 않는 재외 피폭자에게 원호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항소는 오히려 재외 피폭자 문제에 대한 대내외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지난달 6일 피폭자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가능하면 재외 피폭자 문제를 연내에 결론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방한한 사카구치 지카라(坂口力) 일본 후생노동상도 재외 피폭자 문제를 언급하면서 악화된 한일관계의 개선을 꾀했다. 그러나 피폭자 문제의 연내 해결은 일본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지 관계 개선을 위한 카드가 될 수 없다.
관계 개선의 출발점은 일본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밝히고 뉘우치는 것이다. 이런 반성과 약속이 전제되지 않는 관계 개선은 무의미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살다가 원폭투하의 희생자가 된 재외 피폭자들은 아직도 후유증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사과나 배상은커녕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됐는지도 밝힌 적이 없다.
‘재외 피폭자 문제’의 연내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 맞춰 한국 정부도 피폭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응책을 강구할 때이다. 피폭자 문제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 중 하나다.
김동렬(원폭피해자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